'아기 판매' 이어 '베이비박스' 옆 남아 시신까지…영아 유기, 해법없나
'베이비박스' 근처서 신생아 숨진 채 발견…경찰, 수사 착수
"20만 원에 아이 입양" 당근마켓 글 올린 미혼모, 결국 입건
영아 유기 사건, 한 해 평균 127건 일어나
3일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 인근에서 수건에 싸여 있는 남아의 시신이 발견됐다. 사진은 사건이 발생한 교회 베이비 박스 인근 모습. 수건에 싸여 있던 아이는 이 파란색 플라스틱 통 주위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지난해 3월 무궁화호 열차 화장실 변기에 신생아를 유기해 숨지게 한 여성 A(21)씨가 경찰에 자수했다. A씨는 충북 제천시 제천역에 정차한 무궁화호 열차에서 아기를 낳은 뒤 달아났다. 당시 객실을 청소하던 한 근로자가 화장실 변기 안에 버려져 있던 신생아를 발견했고, 숨진 신생아는 2㎏ 감량의 여자아이로 탯줄도 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모였던 A씨는 당시 대전의 한 대학교에 다녔던 것으로 전해졌다.
갓 태어난 아기를 두고 떠나거나 숨진 아이를 몰래 버리는 영아 유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중고 물품을 사고파는 앱에 '아기 판매 글'이 올라온 데 이어 '베이비박스'가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길가에 신생아를 버리는 등 수법 또한 다양해져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3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교회의 '베이비박스' 주변에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기의 시신이 발견됐다.
복수 매체는 이날 오전 5시30분께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로부터 2m가량 떨어진 드럼통 아래에서 수건에 싸인 영아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갓난아기가 함부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해둔 베이비박스는 2009년 이 교회에서 처음 설치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나가던 행인이 발견한 이 영아의 시신에는 탯줄과 태반도 붙어 있는 상태였다. 경찰이 인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지난 2일 오후 10시10분께 한 여성이 영아를 드럼통 위에 올려두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이 여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처럼 신생아를 두고 떠나거나 태어나자마자 숨진 아이를 몰래 버리는 영아 유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0~2019년) 영아살해는 110건, 영아유기는 1272건에 달했다. 한 해 평균 영아유기가 127건 발생하고, 영아살해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출생 직후 버림받은 영유아 대부분이 사망한다는 데 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관악구 한 빌라 장롱에서 생후 2개월로 추정되는 남자아이 시신이 발견됐으며, 지난 6월에는 서울 성북구 한 야산 등산로 인근에서 영아 시신이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근처를 지나던 등산객에 의해 발견된 영아 시신은 비닐에 쌓인 채 땅에 묻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6일 한 중고 물품 거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36주 된 아이를 거래하겠다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앱 사이트 해당 게시글 캡처 장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이 같은 범죄는 경제력이 부족한 10~20대 미혼모나 원치 않게 임신을 한 여성이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출산을 하게 된 경우, 아이를 키울만한 재정적 지원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일에도 20대 미혼모가 중고 물품 거래 앱 '당근마켓'에서 36주 된 아이를 거래하겠다는 글을 올려 아동매매 미수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지난달 16일 당근마켓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라는 제목으로 아이를 20만 원에 판다는 글과 함께 이불에 싸인 아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이 여성은 경찰에 "출산과 산후조리 중 두려움과 막막함 속에서 입양 기관 상담을 받고 입양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려 이런 게시글을 올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여성과 남성이 함께 아이를 낳았음에도 양육 책임과 법적인 책임은 여성 홀로 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8세 이하 자녀를 둔 미혼모·부는 총 2만7843명으로, 이 가운데 미혼모(2만1000명)가 미혼부(7000명)보다 3배나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받는 미혼모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의 부재, 육아의 부담 등 오롯이 여성 혼자 떠안게 되는 악순환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미혼모의 양육 및 자립실태 조사결과'를 보면 비혼모가 아이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4.7%에 불과했다. 100명 중 약 5명 정도만이 아이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받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해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히트 앤 런 방지법을 제정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해당 청원은 '정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고 생부에게 사후 징수해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양육비 대지급제를 포함한 양육비 이행지원제도 실효성 확보 방안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라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전문가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힘들 때 가족의 지지가 있다고 그러면 견딜 수 있을 건데 가족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이라며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이런 것을 간접적으로 미디어나 언론을 통해서 이미 학습한 여성들은 아이를 낳기 전부터 아이를 포기할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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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월 소득이 152만 원 미만일 경우에는 아이가 18살이 될 때까지 월 20만 원을 지급받는다"면서도 "아주 가난한 미혼모들만 들어갈 수 있는 미혼모 시설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미혼모만을 지원하는 정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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