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밀그럼·윌슨, 경매이론의 대가…각별한 인연·성격은 '극과 극'
[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폴 밀그럼과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경제학의 한 분야인 '경매이론(auction theory)'의 대가로 꼽힌다. 경매라는 방식이 어떤 설계를 거쳐야 가장 효율적일지에 천착해 이론을 다양한 실전으로 연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승과 제자라는 각별한 인연과 극과 극의 성격도 회자된다.
12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폴 밀그럼과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를 202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경매는 어디에서든 벌어지고, 우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서 "밀그럼과 윌슨은 경매이론을 개선했고, 새 경매 형태를 발명해 전세계 매도자와 매수자, 납세자에게 혜택을 줬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현재도 스탠퍼드대에 재직 중인 두 수상자는 1960년대와 1970년대 경매 이론을 심화시키며 상황에 따른 경매 참여자들의 태도를 분석하고, 다양한 형태의 경매별 특성을 연구했다. 특히 효율적인 성과를 얻기 위한 경매 설계를 파고들었다. 이들이 고안한 새 경매 포맷은 현재 무선 주파수대 배당, 어업 및 비행기 착륙지 할당, 탄소배출권 거래 등에 활용되고 있다.
수상자들의 연구가 현대 이동통신 발전의 근간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1994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이동통신사들에 대한 주파수 경매에 성공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이후 전국적인 통신망이 구성되며 현재의 이동통신 산업과 정보기술(IT) 분야 발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선착순, 비교, 추첨 방식으로 주파수를 할당하던 FCC는 이를 통해 상당한 세수까지 확보할 수 있게됐다.
두 사람의 인연은 미시간에서 수학을 전공한 뒤 경영학 석사과정을 밟으려 스탠포드를 찾은 밀그럼이 스승인 윌슨 교수의 눈에 들면서 시작됐다. 사업가가 아니라 학자로서의 가능성을 높게 본 윌슨이 박사 프로그램을 권해 길러낸 제자다. 이후 1982년 밀그럼은 그동안의 독립가치 경매와 공통가치경매를 집대성한 논문으로 주목을 받았다.
경매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 사례는 게임이론적 분석기법을 활용한 윌리엄 비크리(1996년)다. 현재까지도 이베이 등이 관련 방식을 차용해 경매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윌슨 교수는 1960년대 독립가치에만 주목하던 기존 경매의 저변을 확장시켰을 뿐 아니라 복수 경매와 공동의 가치인식에 주목했다는 차별성을 가진다. 밀그럼 교수는 응찰자 개인의 가치관에 착안, 응찰자가 무한히 많아지면 '승자의 저주'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경매이론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지만, 두 사람의 성격은 극과 극이었다. 두 교수에게 강의를 들었던 김정유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윌슨 교수는 제자들을 항상 격려하고 건설적인 조언을 하거나 각 연구를 연결해주기도 하던 한마디로 '호인'이었다"면서 "밀그럼 교수는 엄격하고 까다로운 스타일의 학자였고, 요구사항이 많고 판단기준이 아주 높은 타입"이라고 되짚었다. 이어 "강의 스타일 역시 윌슨은 큰 그림을 제시하고, 제자들이 선택적으로 학습하게 했던 반면 밀그럼은 디테일과 최신 테크닉을 선호해 강의를 촘촘하게 가지고 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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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벨 경제학상은 1968년 스웨덴 중앙은행이 노벨상을 창시한 알프레드 노벨을 추념하기 위해 노벨재단에 기부한 재원으로 다음해부터 수상자를 뽑아 시상했다. 두 수상자는 상금 1000만 크로나(12억7000만원)을 나눠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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