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시비비] 나라는 뭘 했나요?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조영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조영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원본보기 아이콘

지난달 22일 서해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40대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공무 수행 중 실종된 후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또 다시 북한의 만행이 확인되면서 국민 모두는 큰 충격을 받았고 아픔도 컸다. 이어서 지난 5일 ‘아빠가 죽임을 당할 때 나라는 뭘 했나요’라는 아들의 손편지는 국민들의 아픔을 배가시켰다. 아들의 손편지는 다시 ‘국가란 무엇인가’를 각성시켜주고 있다. 일일이 헌법 조문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제1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그 책무는 국가의 어떤 기능보다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헌법정신이며, 국가의 헌법정신에 대한 책무이행을 믿고 국민들은 기꺼이 세금을 납부한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공무원이 실종된 이후 북한군에 의해 총살·소각될 때까지 정부는 국가의 책무를 성실히 수행했는가에 대해 많은 의구심이 있다. 그 의구심의 발로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대북정책에서 비롯된다. 정부의 짜맞춘 듯한 자진월북(?) 발표와 소극적 구조 활동이나 북한의 통지문 한쪽에 감읍(?)하는 정부·여당의 태도 때문이다. 특히 국민보호책임을 소홀히 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의 형식과 태도도 지탄의 대상이다.

사건 발생 6일 만인 뒤늦은 대통령의 사과도 문제였지만 형식도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다. 특히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冒頭) 발언을 통한 대국민 사과 형식은 ‘과연 국민에 대한 예의인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바로 수보회의를 통한 간접사과의 형식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주지 못한 책임’에 대한 직접 사과로 국민을 위로했어야 했고, 당당한 재발방지대책의 제시해 국민을 안심시켜주어야 했다. 이처럼 사과의 형식과 시기, 내용이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진정성이 결여된 ‘마지못한 사과’가 아닌가 하는 평가다. 이런 야박한 평가의 이면에는 종전선언 때문에 국민의 생명이 경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한몫했다.


지난달 23일 새벽 문재인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발신했다. 물론 오래전에 기획되어 사전 녹화된 필름이라곤 하지만 북한의 만행이 확인된 직후 종전선언을 발신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이 먼저다’라는 구호는 북한 앞에서 무색해지는 것을 또 확인했다. 25일 북한 통일전선부 발 김정은의 사과문이 전해지자 정부·여당의 태도가 북한 규탄에서 비호로 돌변했다. 즉 정부·여당은 ‘김정은의 이른 사과와 ‘2차례나 미안하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점이 매우 이례적 현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북한 비호와 굴종의 태도를 보였다. 바로 여당은 북한 규탄 핵심 내용은 희석해 무산시키고 ‘종전선언촉구결의안’과 ‘개별관광촉구결의안’을 (자동)상정하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북한 굴종적 정부·여당의 태도는 목불인견(目不忍見) 그 자체였다. 이러니 ‘이게 나라냐’하는 비아냥이 시중에 난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통일전선부의 통지문 내용을 사과의 진정성은 고사하고 한국을 얕잡아 보는 모습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북한 통일전선부 상대는 통일부이다. 그러나 통일전선부는 청와대로 통지문을 보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북한 앞에만 서면 스스로 약해지는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고 한국을 업신여기는 북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남북대화의 물꼬를 여는 일만큼 당당한 격식도 중요하다. 이처럼 북한 하대(下待)에 감읍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스스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훼손하는 자해행위다.

아들의 절규에 5일 대통령은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공감을 표명했지만 공감의 유효기간은 이틀에 불과했다. 이틀 뒤 한미 친선 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의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공감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처럼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모습은 국민보호보다는 남북관계개선에 방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핵이 엄존하는 상황에서 종전선언은 환상이다. 따라서 지금은 종전선언이 아니라 당당한 대북정책의 방략을 준비할 시기이다. 그래야 ‘나라는 뭘 했나요’라는 절규를 잠재울 수 있다.


조영기 국민대 정치대학원 특임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