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75% "국가채무비율, OECD평균보다 낮아도 우려"
한국경제학회 '경제토론'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국내 경제학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정부의 국가채무 비율이 큰 문제는 없다'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국가채무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정부는 평가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7일 한국경제학회가 국내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부채에 대한 설문조사' 경제토론에 따르면, 응답자의 75%는 '국가채무 비율이 OECD 평균의 절반 이하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40%는 '약한 부동의', 35%는 '강한 부동의'라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달 초 국회에 제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2024년 국가채무 비율은 60%에 근접한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국가채무 비율 자체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의 재정지출 확대 속도는 위험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며 "그 가운데 세원확보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국가채무비율의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국가채무비율이 올라가면 원리금 상환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 없고, 특히 우리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해외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쟁을 제한하고 자원 배분을 왜곡할 수 있는 보조금에 대한 정부지출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고 인적자본을 축적하면서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지출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단순하게 OECD 평균의 절반 이하라서가 아니라, 국가채무비율에는 여러가지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며 "국가채무 부담능력이나 국채 만기구조, 조달금리 하향추세, 외국인 소유구조 등을 고려했을 때 한국 경제가 이 수준에선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학자들은 국가부채 관리의 목표나 기준으로는 중장기적 재정지속가능성 충족으로 충분하다고 36%가 답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재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정이 지속가능하다는 것은 결국 적자국채에만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고, 다음 세대의 부채 상환부담도 크지 않으며, 국가신인도도 양호하다는 것을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김 교수는 "다행인 것은 아직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낮아 세수를 확대할 여력이 있다는 점"이라며 "재정지출의 효율성 제고, 비과세·감면 정비, 탈루소득 과세 강화뿐만 아니라 개인소득세율 추가 인상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정준칙 도입에 대해서는 절반(50%)이 '재정당국의 재량을 우선하되, 법에 구체적 수치를 명시하지 않는 연성 재정준칙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정준칙을 도입하면서 법에 구체적 수치를 명시해 구속력 있게 만들되, 예외조항을 둬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에 대해선 예외를 인정한 기획재정부의 발표 내용과 일치하는 시각을 보인 셈이다.
향후 우리나라 재정 관리의 가장 심각한 위협 또는 위험 요인으로는 59%가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라고 답했다. 성장 동력 약화에 따른 저성장(18%), 정부역할 확대를 주창하는 정당의 집권(10%) 등이 뒤를 이었다.
김우찬 교수는 "복지 및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지출은 세수 확대를 통해 충당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그 자체로서 위협 요인이 될 수 없지만,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이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산에 따른 경제활동 인구 감소는 세수기반 축소와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 감소를 초래할 것이고, 고령화는 의료복지 지출과 국민연금 급여액을 급증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가장 위협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재정준칙을 담당해야하는 재정당국과 제정하는 정치권의 책임의식이 가장 걱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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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경제학회의 '경제토론'은 미국 시카고 대학의 IGM 포럼을 모델로 삼은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이 한국 경제 현안에 대한 견해를 공유하는 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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