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국회라더니…여야 앞다퉈 '선심 법안'만 쏟아냈다
20대 국회와 차별화 내세웠지만 법안 발의 구태 여전
비용추계서 없이 '선심성 지원' 법안 남발해
검토보고서에도 '형평성', '재정부담' 지적 받아
7일 오전 국회를 출입하는 한 언론사 취재기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국회가 또다시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말 첫 국회 상주 직원 확진자가 나온 이후 세 번째 확진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청과 소통관을 일부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국회 모습./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21대 국회에서도 표를 의식한 선심성 법안들이 어김없이 발의되고 있다.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들은 20대 국회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개원했지만 여야 정쟁 가속화에 이어 법안 발의에서도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는 지금까지 총 4428건(6일 기준)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중에는 지역구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국고 지원을 강제하는 법안, 표심에 도움이 될 단체를 의식해 형평성에는 맞지 않는 법안 등 선심성 법안이 다수 포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법안들은 모두 국가 예산을 수반하면서도 재원규모 등을 담은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고 국회예산정책처에 비용추계를 요구하는 것으로 절차를 생략했다. 오랜기간 국회에 몸을 담았던 한 관계자는 "긴급한 법안 제출 등 예외적인 경우에 대비해 만든 조항을 이용해 보여주기식 선심성 법안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예로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은 농산물 가격이 생산비 혹은 기준가격에 미치지 못할 경우 차액을 국가가 보전해주는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다.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되는 농산물 최저가격보장제를 사실상 국가가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지자체의 재정상황이 열악하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상임위원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정부 차원의 제도정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부작용을 우려했다. 최저가격이 보장되는 품목에 생산이 쏠리는 등 의도하지 않은 파생효과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율적 생산출하량 조절을 통한 농가소득 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직접적인 가격지지 정책이 법으로 강제되면 시장의 자율적 수급조절 기능과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담겼다.
노인층을 겨냥한 경로당 지원법안도 어김없이 발의됐다. 현재 경로당에는 양곡구입비와 냉난방비 보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감면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더해 현재 지자체가 설치한 경로당에만 지원되는 경로당 유지ㆍ보수 비용을 전체 시설로 확대하자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특정 계층이나 단체에 직접 현금을 지원하자는 법안도 다수 발의됐다.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여야 의원들은 농어업인에게 매월 10만원의 공익수당을 지급하거나 농어업인을 위한 기초연금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회가 검토보고서에서 지적한대로 유사 목적의 공익직불제가 올해부터 추진되고, 만 65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기초연금과의 중복지원 우려가 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새마을운동조직과 단체장에게 각종 수당을 지급하자는 법안도 여야가 번갈아 가며 발의했지만 상임위 검토보고서를 통해 기획재정부는 "민간단체에 별도의 업무수당을 지급한 사례가 전무하다"며 형평성에 어긋나는 법안이라는 지적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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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65세 이상 참전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참전명예수당을 최저생계비 이상으로 인상하는 법안도 여야가 앞다퉈 발의했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발의된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신체적 희생을 입은 상이군경이나 공훈을 인정받은 무공수훈자에 대한 보상금ㆍ수당보다 참전명예수당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국회는 검토보고서를 통해 "희생과 공헌의 정도에 따라 수당 규모를 달리한 보훈보상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보훈급여금 전반에 대한 인상 요구로 이어져 국가재정에 부담으로 작용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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