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두산타워 상인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차임감액청구권 행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8일 두산타워 상인들이 서울시청 앞에서 차임감액청구권 행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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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해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사문화됐던 ‘차임 등 증감청구권’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정법은 임대인이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액을 청구할 경우에는 일정한 제한을 뒀지만 임차인의 감액 청구에는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고 있어 임대인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임차인의 차임 감액 청구에 임대인이 응하지 않을 경우 결국 임차인은 소송을 통해 구제받아야 될 텐데, 실제 소송에서는 조정을 통해 양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에 합의하는 형태로 분쟁이 해결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개정 상가임대차법 시행… 차임증감청구권 조항 소급 적용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임대차법 개정안에 대한 공포안이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개정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개정 상가임대차법은 부칙 제1조(시행일)에서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 공포와 동시에 효력을 갖도록 하는 한편, 제2조(계약 갱신요구 등의 임시 특례 등에 관한 적용례)에서 차임증감청구권에 관한 제11조 1항과 3항의 경우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당시 존속 중인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함으로써 법 시행 이전에 체결된 상가임대차 계약에도 소급해서 적용되도록 했다.

개정법 제11조는 1항에서 차임이나 보증금의 증감을 청구할 수 있는 사유인 경제사정 변동의 사유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제2호에 따른 제1급감염병’을 추가했다.


코로나로 인한 임차인의 차임 혹은 보증금 감액청구를 명문화한 것.


임대인의 증액 청구에 대해서는 법 개정 전부터 제11조 1항 단서에서 ‘그러나 증액의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른 비율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 증액 비율에 제한을 뒀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4조(차임 등 증액청구의 기준)는 ‘법 제11조 1항의 규정에 의한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액청구는 청구당시의 차임 또는 보증금의 100분의 5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고 규정, 증액 범위를 애초 차임이나 보증금의 5%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개정법은 제11조 3항을 신설해 코로나 등 제1급감염병에 의한 경제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임대인이 차임을 감액해줬다가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는 등 사유로 다시 차임을 올릴 경우 종전 차임 금액에 다다를 때까지는 이 같은 5% 제한을 받지 않도록 예외 조항을 마련했다.

‘형성권’인 차임감액청구권… 실제 재판에선 조정 회부될 가능성 높아

경제사정의 변동을 이유로 일방 당사자가 차임의 증액이나 감액을 청구할 수 있는 차임증감청구권은 상가임대차보호법(제11조)뿐만 아니라 민법(제628조)과 주택임대차보호법(제7조)에도 규정돼 있다.


특히 대법원은 차임증감청구권의 법적 성격을 차임의 증감을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이 아닌 ‘형성권’으로 보고 있다.


즉 일정한 요건 하에서 일방이 차임의 증액이나 감액을 청구할 경우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그 같은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됐을 때 바로 차임이 증액되거나 감액되는 것.


장완규 용인송담대 법무경찰과 교수는 “차임증감청구권은 형성권이기 때문에 일방적 의사표시만으로 권리변동이 생기게 된다”며 “재판에서 법원은 차임감액 청구의 요건이 되는지를 따져본 뒤 형성권 행사가 적절했는지를 사후적으로 확인해주는 의미가 있을 뿐 실제 차임이 감액되는 효과는 차임감액청구권 행사를 문자로 통지하거나 내용증명으로 보냈을 때로 소급해서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동안 해당 권리가 실제 행사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법원에서 다퉈진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가게를 빼고 다른 곳으로 갈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임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임대차 관계를 계속 존속시켜야 되는 임차인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경제사정 변동을 이유로 차임을 내려달라고 주장하거나 소송을 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은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들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확실한 목적을 갖고 추진한 만큼, 실제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법원 역시 임차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적극적인 법 해석을 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직 부장판사 A씨는 “조문에는 있지만 판사 생활을 하면서 아직까지 차임감액청구 사건은 다뤄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법 개정 이후 소송이 제기되면 아무래도 임대인보다는 임차인을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조문을 적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A씨는 “실제 재판에서는 판사가 판결로 차임을 결정하기보다는 조정을 통해서 임대인과 임차인 양 당사자가 조금씩 양보해서 ‘얼마에 끝냅시다’ 이런 식으로 차임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임대차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래도 판결로 가다보면 서로 사이가 안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차임감액청구 소송 이어질 듯… “대통령령에서 세부기준 마련 필요” 목소리

개정법에 따른 임차인의 차임감액청구권 행사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두산타워 상인들은 지난달 2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인회 차원에서 차임감액청구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상가임대차법의 적용범위를 정한 법 제2조(적용범위)는 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해서는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지 않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하위법령인 상가임대차법 시행령은 제2조 1항 1호에서 상가임대차법 적용의 기준이 되는 보증금액을 서울시의 경우 9억원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 제2조 3항은 ‘1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제3조, 제10조제1항, 제2항, 제3항 본문, 제10조의2부터 제10조의9까지의 규정 및 제19조는 제1항 단서에 따른 보증금액을 초과하는 임대차에 대하여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번 개정법에서 신설된 6개월간 차임 연체의 특례규정 제10조의9(계약 갱신요구 등에 관한 임시 특례)는 보증금 9억원 이상인 임대차에도 적용되지만, 차임증감청구권을 규정한 제11조는 보증금이 9억원을 초과하는 임대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두산타워와 같이 이른바 ‘임대을’ 형태의 수수료 매장이 많은 곳에서는 매월 매출액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수수료를 월 차임으로 간주해 환산보증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있을지가 개정 상가임대차법의 적용을 위한 전제로서 향후 재판 과정에서 다퉈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없고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쇼핑몰 자문을 맡고 있는 장철희 법률사무소 비아이엘 변호사는 “소상공인 보호라는 정책적 목적은 이해하지만 차임감액청구권의 적용범위와 기준이 법 규정으로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어서, 하위법령이나 판례에 의해 법 적용기준이 정립되기 전에는 감액 범위, 감액사유의 해소 판단 시점 등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어 다소간의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선희 공인중개사는 “개정법이 시행되면서 차임감액청구에 관해 문의하는 임차인들이 많아졌다”며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효과를 얻기까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소요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임차인을 위해서는 즉시 차임 감액이 실현 가능하도록 제도를 구체화하는 후속조치가 필요할 거 같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지부 등 6곳에 설치·운영 중인 주택·상가건물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LH와 한국감정원도 분쟁조정위원회 운영 기관으로 추가해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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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1월부터 인천·청주·창원(LH), 서울 북부·전주·춘천(한국감정원) 등 6곳에, 내년에는 제주·성남·울산(LH), 고양·세종(대전)·포항(한국감정원) 등 6곳에 각각 분쟁조정위원회가 추가 설치된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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