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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사우디 국왕과 35세 왕세자, 이스라엘 문제로 갈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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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걸프아랍-이스라엘 국교정상화 회담때 살만 사우디왕 배제
국왕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지지하며 이스라엘 압박
왕세자, 사우디 현대화 위해 이스라엘에 손 뻗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이 잇따라 이스라엘과 국교를 정상화하는 등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내부에서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자지간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84)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35)가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살만 국왕이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없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반대 입장이지만 빈살만 왕세자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고 이란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양측의 입장차가 드러난 것은 '아브라함 협약'으로 명명된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 사이의 평화회담 체결 때문이었다. WSJ에 따르면 여름휴가에 나설 계획이었던 살만 국왕은 지난달 13일 이스라엘과 UAE가 관계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 충격을 받았다. 당시 빈살만 왕세자는 놀라지 않았다고 전해졌는데, 그는 UAE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살만 국왕이 알게 되면 이를 저지할 것을 우려해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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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문제를 두고서 부자지간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 때문이다. UAE는 아브라함 협약을 통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나름 도움이 됐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협약을 통해 이스라엘이 그동안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인 서안 일대를 병합하는 움직임을 중지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희망했던 살만 국왕의 바람에는 현저히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분노한 살만 국왕은 아브라함 협약 소식과 관련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지지한다는 사우디의 입장을 재천명하도록 외교부 장관에 지시하는 등 맞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무함마드 빈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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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살만 국왕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다. 그는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스스로를 '사우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라고 표현하며 팔레스타인의 수호자 역할을 자임해왔다. 살만 국왕은 이달 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의 조건으로 사우디가 지지하는 2국가 해법을 꺼내기도 했다. 앞서 아랍연맹은 2002년 국제사회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1967년 3차 중동전쟁 이전의 경계를 기준으로,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수립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2개 국가가 공존케 하자는 것이다.


반면 빈살만 왕세자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경제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이스라엘과의 관계 강화를 꾀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기의 딜이라고 주장한 '중동평화안'을 팔레스타인 지도부가 수용하도록 빈살만 왕세자가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당시 빈살만 왕세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안을 거부하면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 역시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빈살만 왕세자가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사우디 경제를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한다. 그는 사우디 근대화를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생명공학과 사이버 안보 기술 등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쿠데타 등을 통해 왕세자에 등극한 그는 일련의 사건 등을 거치면서 안정적인 왕위 세습을 위해 미국 측의 지지를 얻으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의 배후로 알려지면서, 국제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았고 외교적 고립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사우디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서도 왕위 세습을 위해서는 미국의 지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우디는 아브라함 협약과 관련해 엇갈린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 국적기가 UAE로 이동하는 것을 승인한다거나 바레인 역시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에 나서는 것을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만 보면 아랍 국가들이 이스라엘과의 수교하는 것을 묵인 또는 지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아브라함 협약을 둘러싼 아랍연맹 회의에서는 사우디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는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의 주권국가 수립을 전제로 한 2국가 해법을 여전히 지지한다는 뜻을 밝히며, 팔레스타인 문제를 먼저 해결할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을 마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부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이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간의 관계정상화를 위한 합의인 '아브라함 협정' 서명식을 마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왼쪽부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바레인의 압둘라티프 빈 라시드 알자야니 외무장관, UAE의 셰이크 압둘라 빈 자예드 알나흐얀 외무장관이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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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있어 사우디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는 중동 정세 전체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아랍 국가들의 맹주인 사우디마저 정상화할 경우 이스라엘의 고립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아랍국가들도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에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이를 의식해 미국 역시 사우디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된 뒤 트럼프 대통령은 "7~9개국이 관계 정상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며 "사우디도 이 가운데 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부에서는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앞장서는 대신 다른 아랍국가들의 수교를 지원한 뒤 맨 마지막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한편 경제난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수단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 해제를 두고 협상을 벌일 것으로 알려졌다. 수단은 UAE에서 만나 이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다. 수단 역시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이 큰 나라로 알려졌다. UAE가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F-35 등 무기 체계 도입을 추진하는 것처럼, 수단 역시 이스라엘과의 관계 조건 개선을 들어 테러지원국 해제를 추진하려 한다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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