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서 서명까지… 집단휴진, 한 달 만에 매듭
합의문 놓고 전공의들 반발…갈등 불씨 남아있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정 협의체 구성 합의서 체결식에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의대 정원 확대 등 정부 정책을 놓고 격렬하게 충돌했던 정부와 의료계가 4일 극적으로 합의안에 서명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이날 쟁점이 됐던 정책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합의하면서 의·정 갈등은 한 달 만에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7일, 14일, 그리고 21일 무기한 파업=이날 극적인 합의안에 도출되기까지 양측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 정부의 4대 의료 정책은 찬반 논란에 휩싸이면서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의료계는 이를 '4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의대생부터 전공의, 전임의, 개업의, 의대 교수까지 사실상 전 집단이 집단행동을 벌여왔다.
첫 파업은 지난달 7일 이뤄졌다. 인턴, 레지던트 등으로 이뤄진 전공의는 하루 동안 응급실, 분만실, 투석실 등 필수유지 업무를 포함한 모든 업무를 중단하는 것으로 집단행동을 개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집단 휴진 전날 보건복지부와 만났지만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예정대로 집단휴진을 진행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그로부터 1주일 뒤인 14일 하루 동안 1차 집단휴진에 돌입했다. 전국의 동네의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3곳 중 1곳(32.6%) 가까이 참여했다.
7일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의료4대악 정책추진 반대 전국의사 총파업 궐기대회'에 참가한 전공의들이 의대 정원 확충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집단휴진에 정부도 초강수= 전공의들이 21일 무기한 집단휴진에 들어가면서 파업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임상강사 등 전임의도 24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지난 2일 기준 전국 수련병원 200곳 중 152곳 소속 전공의와 전임의 휴진율은 각각 85.4%, 29.7%였다. 의과대학생들은 지난 1일로 예정돼 있던 국가고시를 거부하며 힘을 보탰다.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면서 정부와 의협 간 협상도 숨 가쁘게 이뤄졌다. 양측은 무기한 파업이 시작된 지 4일 뒤인 지난달 25일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대전협이 '정책 철회 전 휴진 철회는 없다'고 반발함에 따라 물거품이 됐다. 의협은 이에 따라 예고했던 대로 같은 달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2차 집단휴진을 벌였다.
의료계의 강공에 정부도 강수를 두면서 파업 상황은 안갯속으로 치달았다. 복지부는 26일 수도권 수련병원 근무 전공의ㆍ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의협 파업에 강력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정부가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인 전공의ㆍ전임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지부는 28일 업무개시 명령에도 병원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ㆍ전임의 10명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정부는 같은 날 "집단휴진이 계속될 경우 환자의 생명과 안전에 중차대하고 직접적인 위험이 생길 수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 적용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 원점 재검토 등을 내용으로 한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뒤 주먹을 맞대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정부여당-의협 대화 물꼬=평행선을 달리던 정부와 의료계의 격렬한 갈등에 변화가 생긴 것은 정부가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전날인 지난달 31일 시험 일정을 한 주 늦추면서다. 의대 교수들의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화해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은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1일 최대집 의협 회장과 만나 "완전하게 제로의 상태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물꼬를 텄다. 여당은 이 자리에서 '원점 재논의' 명문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는 이에 전날 오후 대한의사협회,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등이 모여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의료계 단일안을 의결했다.
의협은 이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정부와도 협상을 타결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의협과 협의하기로 함에 따라 의협은 집단행동을 중단하고 진료현장에 복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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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전공의를 중심으로 의료계 내부 반발이 거센 만큼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다. 대전협은 이날 합의 일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했다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와 의협 간 합의문 서명식 장소를 점거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서명식은 당초 이날 오전 11시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전공의들이 피켓시위 등을 벌이면서 오후 2시 40분께 변경된 장소인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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