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 죽어도 받아낸다"… 검찰·대법, 범죄수익 환수체제 개편
대법 '독립몰수제' · 검 '범죄수익 환수 정보 공유' 현실화 논의… "은닉재산까지 찾아낼 것"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검찰과 대법원이 범죄수익 이른바 '검은 돈'을 제대로 추적하고 몰수하기 위해 대대적인 제도 개편에 나선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고액을 미납하는 경우 강제 환수가 쉽지 않고, 범인 사망 등 이유로 추징이 불가능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범죄수익 환수 업무의 전 과정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이른바 '범죄수익 환수 정보 시스템(ISF) 고도화 방안'이다. 수사와 기소ㆍ재판ㆍ집행 과정에서 일선청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전대상 누락'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검찰의 현 시스템은 환수 대상 범죄의 보전조치나 집행을 위한 기능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전조치 후 법원의 보전결정과 같은 업무처리 과정에서 상호간 협력이 원활하지 않아 실제 환수내역과 금액 등을 확인하는 데 한계도 있었다.
범죄수익 환수에 활용 중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공유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반영했다. 수사 결과와 기법, 금액 등을 수사기관이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지만 2010년에 만들어져 노후화됐다.
이에 벌과금에 대한 형집행이나 전자압류 등을 확인하는 재산형집행 시스템과 연동을 논의한다. 검찰은 이 같은 공유 시스템 구축으로 범죄수익 보유 여부는 물론, 범죄수익금이 은닉되는 과정까지도 살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부안 수립은 대검 반부패ㆍ강력부 산하 범죄수익환수과가 맡는다. 법무부가 손질한 대검 조직개편에서 반부패ㆍ강력부 산하 중 유일하게 남는 조직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범죄수익 환수 역량 강화'를 100대 국정과제 중 검찰 및 법무부 관련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게 이번 조직개편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검찰과 함께 대법원은 범죄수익 몰수ㆍ추징 등 관련 법 체계를 수립하기 위한 연구 용역에 나선다. 유죄 판결이 없어도 검찰의 청구가 있으면 법원 결정을 통해 범죄수익 몰수가 가능하고, 사후 추징 법적근거를 담은 '독립몰수제'의 현실화 가능성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독립몰수제의 경우 최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논의를 마쳐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현행 법 체계와의 충돌 문제도 있는 만큼, 사전 논의를 해보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범인이 특정되지 않거나 사망한 경우 등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경우에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해야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했다. 검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2000만원 이상의 고액 미집행 추징금은 29조원을 넘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추징금 약 18조원을 빼더라도 10조원이 넘는다.
더욱이 김 전 회장에게 선고된 추징금 17조9253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집행된 추징금은 892억원으로 0.498%에 불과하다. 집행된 추징금 중 887억원을 김 전 회장에게 추징했고 그나마 5억원은 공동 추징을 선고받은 임원들에게서 받았다. 추징금 가운데 17조8000억원, 양도소득세 등 368억7300만원, 지방세 35억1500만원도 내지 않은 채로 세상을 떠났다.
전 전 대통령이 내지 않은 추징금 1005억원도 마찬가지다. 전씨가 고령인 점을 감안해 사후에도 추징금을 강제할 수 있는 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양진호 불법촬영물 유통, 텔레그램 N번방, 웰컴 투 비디오 등 범죄수익 구조가 더욱 다양화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범죄자들이 벌어들인 불법 수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반면 환수율은 김 전 회장의 추징금을 제외해도 수 년째 2~3%대에 머물고 있다.
다만 최근 잇단 갈등을 보이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도 범죄수익 환수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 총장은 과거 서울중앙지검 내 범죄수익환수부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개인적 처분에 주력해왔는데 지금부터는 그와 병행해 범죄로 인한 수익을 국가가 환수하는 대물적 처분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밝혔고 추 장관은 일반 범죄 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까지도 범죄로 판단, 적극 단속하고 범죄수익까지 제대로 환수하라고 지침을 내린 바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안에서 망가지게 그냥 둘 순 없어"…'파업 대비' ...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환수체제 개편과 대법원의 독립몰수제 도입 논의가 마무리되면 범죄수익이 발생한 순간부터 몰수가 이뤄지는 전 과정에서 누락으로 인한 환수지연 사례가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