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제부총리의 '집값 희망고문'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0.02% 수준으로 사실상 멈춰있는 상황."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택시장 진단이다. 6·17, 7·10, 8·4 등 잇따른 정부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발언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갭투자 수가 줄었다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7·10 대책 이후 30대의 주택 매수 건수가 줄었다는 통계까지 덧붙이며 "부동산 '패닉 바잉'(공황으로 인한 구매)이 많이 진정됐다"는 평가까지 내놓았다. 생애최초 특별공급 확대, 신혼부부 특별공급 소득 요건 완화 등을 발표하며 패닉 바잉이 급감했다는 자평이다.
시장에서는 '지나친 낙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작 이날 한국감정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대의 서울 아파트 구입 건수는 3601건에서 5345건으로 더 늘었기 때문이다. 전체 거래 중 차지하는 비중도 기존 32.4%에서 33.4%로 더 확대됐다.
여기에 홍 부총리가 간과한 것이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아파트값 때문에 상당수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다세대·연립 주택 매입에 나섰다는 점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5000건을 밑돌던 서울지역 다세대·연립 매매건수는 7월에는 7008건으로 치솟으면서 2008년 4월 이후 12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소득기준을 완화했지만 대부분 젊은 층은 '금수저'가 아니면 청약을 통한 내 집 장만은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체 물량 중 75%에 달하는 우선공급은 맞벌이 기준 월 747만원의 소득을 넘기면 신청이 불가능한 탓이다. 청약을 통한 내 집 마련이 어렵다 보니 가진 돈을 '영혼까지 끌어모아' 아파트가 안 되면 연립이라도 사자는 절박한 심정인 셈이다.
가뜩이나 정부는 시장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정책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경제 수장이 한두 주 집값 상승률이 좀 낮아졌다고 시장이 안정됐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미 집값은 오를대로 오른뒤 안정을 언급하는 것 또한 어이없다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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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발표된 9·13 대책의 영향으로 지난해 상반기 주택시장이 일시적으로 얼어붙었을 때도 정부는 자화자찬에 바빴다. 하지만 정작 지난해 하반기에 또 집값은 여지없이 올랐다. 정부가 이른 샴페인을 딸수록 시장은 더 격하게 반응한다. 섣부른 말보다 깊은 정책적 고민이 더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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