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 실리콘밸리의 '1조달러 코치' 성공 비결
비관적 사고·사내 정치 '혐오'…신뢰 중요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2004년 구글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을 때다. 당시 구글 최고경영자(CEO)이던 에릭 슈미트는 구글 합류 후 처음으로 기로에 섰다. 이사회 멤버들이 그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대놓고 종용하면서다. 주식시장 상장에 앞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슈미트는 큰 충격을 받았다. 3년 동안 구글 CEO로, 이사회 의장으로 종횡무진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존감에 상처 입은 슈미트는 이런 대접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CEO 자리까지 내놓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 설득당해 구글에 남았다. 그리고 훗날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한 것은 물론 회장까지 역임하면서 오늘날의 구글을 만들었다. 당시 기술 산업에서 가장 위대한 팀이 해체 위기에 놓이자 실리콘밸리의 '1조달러 코치'가 재빠르게 움직인 결과다.

코치의 이름은 빌 캠벨. 무명의 미식축구 코치이던 캠벨이 슈미트는 물론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팀 쿡,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 실리콘밸리 전설들의 둘도 없는 친구이자 스승으로 인기를 독차지한 비결은 무엇일까.


캠벨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의 저자는 다름 아닌 슈미트다. 슈미트는 캠벨이 떠난 지금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캠벨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한다. 그렇다. 캠벨은 2016년 세상을 떠났다. 실리콘밸리의 리더 수백 명이 캠벨을 추모하러 한자리에 모인 일화는 전설로 남았다.

[빵 굽는 타자기]구글·애플·페북 'IT공룡' 리더의 친구이자 스승, 빌 캠벨
AD
원본보기 아이콘


캠벨이 손댄 기업 모두 가치가 1조달러(약 1185조원)를 돌파했다. 그가 코치이자 리더로 성공한 비결은 '팀 없이는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라는 태도 덕이라고 슈미트는 확신했다. 캠벨은 개인이 아니라 팀을 코칭하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었다. 모든 멤버가 팀에 충성하고 필요할 경우 팀의 목표를 위해 개인 목표까지 포기할 수 있을 때 팀은 성공할 수 있다는 게 캠벨의 기본 원칙이었다.

캠벨은 회사가 성공하려면 하나의 커뮤니티로 움직이는 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비관적인 생각이나 사내 정치를 혐오했다. 팀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팀원을 개인별로 이해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차별성부터 찾아내고 그들이 다른 팀원들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점이다. 캠벨은 구성원의 인지능력을 높이 샀다. 하지만 동시에 비즈니스 세계에서, 특히 기술 산업에서 크게 인정받지 못하는 공감능력 같은 가치도 높이 샀다.


캠벨에 따르면 지능과 마음의 조합이 훌륭한 관리자를 만든다. 그는 구글에서 관리자의 역할이란 자기 팀이 좀 더 용감하게 행동할 수 있게끔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캠벨이 가장 중시한 가치는 신뢰다. 그에게 신뢰는 슈퍼 파워나 다름없었다. 신뢰란 자기가 한 말을 꼭 지키는 것은 물론 충성심과 진실성도 의미했다. 다만 신뢰가 상대방 의견에 언제나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신뢰가 쌓이면 반대하기 쉽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빌은 리더십이란 탁월한 경영 관리의 진화물이라면서 입버릇처럼 얘기했다. "당신이 성공하려면 어떻게 사람들을 불러 모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독재자가 돼서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알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죠. 바로 당신과 함께 한배에 탔다는 느낌, 그럼으로써 자신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세요. 잘 듣고 집중하세요. 이것이 바로 위대한 관리자가 하는 일입니다."


또 종종 이렇게 말하곤 했다. "당신이 위대한 관리자라면, 부하 직원들이 당신을 리더로 만들 것입니다. 그들이 당신을 리더로 만드는 것이지, 당신 스스로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와튼경영대학원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캠벨 같은 사람을 '까칠한 기버(disagreeable givers)'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이 책은 개인 계발서가 아닌 타인 계발서에 더 가까운 책이라고 평했다. 조직의 리더 혹은 예비 리더에게 가볍게 일독을 권하는 바다.

AD

(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에릭 슈미트·조너선 로젠버그·앨런 이글 지음/김민주·이엽 옮김/김영사/1만7800원)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