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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베이루트가 '중동의 파리'라 불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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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원정의 교두보, 중세 때부터 유럽영향 강해
마론파, 그리스정교, 수니파, 시아파, 드루즈파 등 복잡한 종파
1차대전 이후 프랑스의 위임통치...종파 분쟁 막고 자치권 부여해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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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레바논 베이루트 폭발참사가 항구 내 적재된 폭발물인 질산암모늄 방치에 따른 것이란데 분노한 레바논 시민들이 대규모 정권퇴진 시위를 시작했습니다. 참사 직후 휴가를 반납하고 베이루트로 향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는 정권을 퇴진시켜달라 요청하기도 했다는데요.


외국 대통령에게 자국 정권을 무너뜨려달라 청원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에선 매우 낯선 풍경이지만, 여기에는 레바논이란 국가의 탄생과 프랑스가 깊게 개입돼있는 역사가 숨어있습니다. 베이루트를 예전부터 '중동의 파리'라고 불렀던 이유도 중세시대부터 깊게 배인 프랑스의 영향력 때문으로 알려져있죠.

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폭발참사와 관련해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으며, 경찰과 유혈충돌해 1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시위 참가자는 약 5000여명으로 알려졌죠. 시위대는 정권이 살인자라며 모두 물러가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5일 발생한 베이루트 폭발참사의 요인이 항구 내 창고에 방치됐던 2750t 규모의 질산암모늄 때문으로 알려지며 민심도 함께 폭발한 것입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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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6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베이루트를 방문했을 때도 시위대들은 반정부 시위를 벌이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레바논 정권 교체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당신들의 기분을 이해한다"며 "레바논에 지금 필요한 것은 개혁이며, 개혁을 하지 않으면 계속 침몰할 것"이라고 레바논 정부를 향해 강력한 경고를 하기도 했죠.


다른나라 같으면 내정간섭 행위에 해당한다 반발할만한 발언이지만, 오히려 레바논 국민들이 호응한 것은 레바논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현대 레바논이란 국가는 사실상 프랑스가 만든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죠. 과거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단순한 식민-피식민의 착취관계만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레바논은 중동에서도 굉장히 역사가 복잡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는 정부 구성만 봐도 알 수 있는데, 레바논은 대통령과 군 참모총장은 마론파 가톨릭교도가, 총리는 수니파 이슬람교도, 국회의장은 시아파 이슬람교도, 국회부의장과 부총리는 그리스 정교회 신자, 군 사령관은 드루즈파 이슬람교도만 될 수 있다고 헌법에 못 박아놓고 있습니다. 이는 수많은 종파와 정파들이 연합해 만들어진 국가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역으로 종파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중동에서 거의 유일하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국가란 평가 또한 받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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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잡하게 된 이유는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곳은 동로마제국의 영토로 그리스 정교회와 함께 시리아와 레바논 일대의 자생 종파인 마론파 가톨릭교가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슬람 세력이 밀고 들어오자, 동로마제국이 로마 가톨릭쪽에 원군을 요청했고, 1099년 1차 십자군이 이곳에 들어온 이후 1291년까지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는 이곳 문화에 깊게 뿌리박게 됩니다. 이 영향으로 레바논은 아직까지도 가톨릭교도가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나 되죠. 거의 대부분이 이슬람교도로 구성된 중동국가들 중 유일하게 크리스트교도가 매우 많은 국가입니다.


그러나 십자군이 물러간 이후 이 지역은 다른 중동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았습니다. 이후 1차세계대전에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패망하면서 1920년대부터 팔레스타인은 영국이, 시리아와 레바논은 프랑스가 각각 위임통치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잔혹한 식민통치와는 거리가 먼 지배였습니다. 당시 이 지역은 시아파의 분파인 드루즈파에서 마론파 가톨릭인들을 대거 학살하는 종교분쟁이 이뤄지고 있었고, 프랑스가 여기에 개입해 마론파 주민들의 자치권을 보장하고 치안을 유지했죠. 이후 프랑스의 위임통치하에 시리아에서 완전히 분리돼 1926년부터 자치국이 됐습니다. 이후 1944년부터 독립국이 됐죠. 그러다보니 프랑스에 대해 악감정보다는 친밀감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과거 십자군이 성지 예루살렘으로 가기 위한 통로였던데다 오늘날에도 중동국가들 중 가장 유럽화가 많이 진행된 곳이라 베이루트는 중동의 파리라 불려왔고,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는 유럽의 가장 동쪽으로 불려왔죠. 프랑스 대통령이 휴가를 반납하고 올 정도로 유럽에서는 아직도 지정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으로 손꼽힙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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