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人]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 경청의 리더십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LG화학은 한동안 주요 생산기지인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수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연구원들과 엔지니어들이 안간힘을 썼지만 개선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암흑기가 약 1년여간 지속됐다. 직원들은 조바심을 냈다. 하지만 이 기간에 신학철 부회장은 구성원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화상회의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신 부회장의 격려 속에 현재 LG화학 폴란드 공장 수율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고, 올 상반기 LG화학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LG화학 관계자는 "신 부회장은 스스로가 LG화학은 훌륭한 회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더 잘될 것이란 믿음을 심어주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편견없이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미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하는 리더. 그가 LG화학에서 근무한 지난 1년 반에 대한 내부 평가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미 화학업계에선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4년 한국 3M에 입사해 필리핀 지사장, 3M 미국 본사 산업 비즈니스 총괄 수석 부사장을 거쳐 한국인 최초로 3M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까지 맡았다. 지난해 초 LG화학 최고경영자(CEO)로 LG그룹에 합류한 후 1년 반만에 미래 성장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문의 흑자전환을 이끌어 냈다. LG화학은 올 2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에도 5700억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확보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특히 배터리 사업에서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 부회장이 추구하는 바는 명쾌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늪으로 빠져들던 지난 4월 신 부회장이 내놓은 CEO메시지는 업계에서 유독 회자됐다. 신 부회장은 "글로벌 외환위기와 같은 절체절명의 순간들을 몇 번 겪었고, 극복한 바 있다"며 "살아남는 방법은 항상 단순하고 본질적인 것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단순한 3가지 비법을 소개했다. 최우선으로 '현금 흐름을 확보(Preserve cash)'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는 절대 포기하지 말 것(Don't mortgage your future)'.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라(Control what we can control)'는 것이었다. 이 담백한 메시지는 사상초유의 코로나19 상황에서 LG화학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지침이 돼 줬다.
평상시에 그는 직원들과의 격없는 토론을 즐긴다. 토론할 때 보통사람은 상대방이 내 주장에 비판적인 '잽(Jab)'을 날리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가드(Guard)'를 바짝 세우기 마련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토론을 이끌 때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런 경계심을 풀게 하는 사람이다. 상대방이 스스로 '날 것'의 이야기를 하도록 만든다. 토론이나 대화는 감정이나 논리 싸움이 아니라 서로가 공동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는 점을 생각하며, 상대방의 선의를 그대로 믿어주는 것이 그만의 대화 방법이다. 임원 회의에서도 여러 사람의 의견을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이다. 그는 "어떤 아이디어든 나쁜 아이디어는 없다"며 "아이디어를 내는 것을 격려하는 문화가 5년 10년 반복되면 기업에 엄청난 일이 일어나다. 반대로 리더가 냉소를 보이면 그 조직의 새로운 아이디어는 실종된다"고 강조한다.
질문도 아주 많다. 처음에는 "이 부분 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건 왜 그렇게 되는 것인가요?" 등과 같은 비교적 답하기 질문을 던진다. 그 다음에는 질문받는 사람이 점점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또 다른 "왜?"를 물어본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그건 왜 그렇죠(Why?)"를 서너 번 하다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신 부회장은 이를 '3 Why 법칙'이라고 부른다.
수많은 사람을 대표해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인 만큼 스스로를 갈고 닦는 리더이기도 하다. 주변에선 신 부회장이 '내게 그럴 자격이 있나?', '나의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항상 고민하고 책임감을 갖는 모습을 엿봤다고 한다.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고 등 위기 상황에서는 비상대책위원장 역할을 자청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사태 수습에 나서는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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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부회장은 LG화학을 '더 강한 회사'로 만들려고 한다. LG화학을 2024년에는 현재의 두 배 수준인 매출 60조 규모의 회사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치기언이과기행(恥其言而過其行ㆍ말이 행동보다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는 뜻)'. 신 부회장이 좌우명으로 삼는 이 말처럼 그가 단기 실적에 그치지 않고 LG화학을 글로벌 '최강 기업'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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