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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까지 묶는 토지거래허가제 논란

최종수정 2020.07.01 11:14 기사입력 2020.07.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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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은커녕 노후화로 정비 시급
재개발 지역까지 묶는 토지거래허가제

정부, 서울시 이어 경기도까지
4일부터 여의도 70배 묶어

가격 뛰어 시급하다지만
임야·답 외 정비구역도 포함

자율성에 맡겨도 될 수준인데
과도한 정책 남용이라는 비판

재개발까지 묶는 토지거래허가제 논란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부와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까지 집값 상승 차단을 이유로 토지거래허가제를 활용하면서 과도한 정책 남용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기존 목적과 달리 주거지역과 정비 사업 지역까지도 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무리한 규제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경기 내 221.98㎢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여의도(2.9㎢)의 70배가 넘는 면적이다. 경기도가 내세운 지정 이유는 '기획부동산 토지 투기 원천 차단'이다.

하지만 대상 지역에는 기획부동산이 기승을 부리는 임야나 답 외에 고양시 일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구역도 포함돼 논란이 일고 있다. 허가구역으로 묶이는 정비사업지는 덕양구 일대 재정비촉진지구인 능곡1·2·5·6 구역, 원당1·2·4구역과 일반정비사업지구인 능곡2-1구역, 행신2-1구역 등 총 70만㎡다. 경기도는 해당 지역에서 "실거주 목적이 아닌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적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경기도는 이 과정에서 앞서 용산 정비창 일대와 잠실 마이스(MICE)·영동대로 복합개발 일대를 허가구역으로 묶은 서울시의 지정 방침과 동일하게 기준면적의 10% 기준을 적용했다. 해당 지역에서 대지지분 기준으로 주택 18㎡, 상가 20㎡를 초과하는 부동산을 거래할 경우 모두 고양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고양시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다"며 "고양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3.3㎡당 거래가가 700만~800만원에서 5년 새 2300만~2500만원까지 뛴 상황"으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시급성이 인정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재개발까지 묶는 토지거래허가제 논란

시장에서는 정부와 서울시에 이어 경기도까지 집값을 잡겠다는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잇따라 지정하면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원래 토지거래허가제의 목적이 이게 아니지 않느냐"며 "주거지역을 묶는 건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인데 이는 위헌 부담이 있으니 토지거래허가제를 남발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기존에도 경기 일대에는 286.64㎢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들 지역은 대부분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 관련 부지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사업지구, 산업단지 재생 사업지구 등이 대상이었다. 다른 관계자도 "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 과정에서 현재 논밭이나 공장, 임야로 쓰이는 땅을 묶어 원주인에게 합당한 수준의 보상을 하기 위한 제도가 토지거래허가제"라며 "정부가 급하다보니 과한 규제를 끌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시장 침체도 우려되고 있다. 2005년 참여정부는 '도시 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며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고시 시 자동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조항을 삽입했다. 이에 따라 은평·길음 등 뉴타운 지역이 대거 허가구역으로 묶였다.


하지만 당시에도 구역 내 소형 지분 부동산과 아직 촉진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재개발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집중되는 등 부작용이 일었다. 해당 조항은 결국 2016년 "모든 지역을 획일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관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폐지됐다.


이번 허가구역 지정 역시 지나친 규제로, 오히려 노후화로 정비가 시급한 지역의 정비를 저지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원당과 능곡 일대는 1961년 고양시청이 이전해오면서 고양시 최초로 개발이 시작된 곳"이라며 "그만큼 노후화가 심해 재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 소장은 "게다가 최근 10년간 고양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있다가 이제야 물가 상승 수준을 따라가는 수준"이라며 "시장의 자율성에 충분히 맡겨도 되는 수준인데 정부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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