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에 강한 반발
이해당사자 대한 사전 조율 부족해

소장파도 반발…갈길 먼 원격의료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외국에 사는 우리 국민이 비대면 진료, 이른바 원격의료를 가능토록 정부가 허용한 데 대해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의료 영리화에 대한 의구심이 사그라들지 않은 가운데 이번에 산업계의 제안에 정부가 호응하는 모양새를 갖춘데다, 보건당국이 당초 공언했던대로 동네 의원 등 일차 의료기관이 아닌 대형 병원 중심으로 허용하면서 의료계 반발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예한 갈등이 얽혀있는 등 민감한 사안임에도 이해당사자와의 사전조율이 부족한 상태에서 공표해 섣불리 추진한다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정부 "재외국민 코로나 검사 못받아" 이유들지만
의협 "원격진단, 오히려 조기진단·치료시기 놓쳐"

정부는 그간 의료계 안팎에서 불거진 원격의료 반발을 의식한듯 재외국민에 한해 임시허가를 내줬다. 재외국민이 각 국 현지에서 소통이 어렵고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경에 처한 만큼 이번에 임시허가를 내주는 한편 앞으로 보건복지부 주도로 이를 제도화하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 세계 각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중동 국가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우리 건설사 직원이나 가족이 '자국민 우선 진료'탓에 현지에서 진단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주요 사례로 들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이 속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반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전일 정부 발표 후 낸 성명에서 "모든 진료영역에 대한 원격진료와 처방허용은 전 세계 유래가 없다"면서 "전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든 질환에 대해 허용한 것은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이며 경제부처의 월권"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그간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산업육성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원격의료 확대와 관련해 의료영리화 의도가 다분하다며 반발해왔다. 앞서 지난 정권에서도 추진했다가 시민단체가 반발했던 것도 원격의료가 특정 대기업이나 대형병원의 이해관계에만 부합한다는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 원격의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강조해왔던 대한의사협회도 "코로나19는 증상만으로 다른 감염성 질환과 구분이 불가하다"며 "의심이 된다면 가능한 빨리 확진검사를 받는 게 최선인데 증상을 확인하는 정도의 원격상담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라 오히려 조기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병원 중심 임시허가…의료영리화 의구심 부채질
보건당국 "일차의료기관 중심" 空言

보건당국은 의료계 반발을 막기 위해 향후 추진과정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으나 이번에 대형 병원 위주로 허가가 나면서 정부의 공언도 무색해졌다. 이번에 임시허가를 받은 곳은 인하대병원과 비대면진료 온라인플랫폼을 운영하는 라이프시멘틱스라는 곳으로 이 업체는 분당서울대병원, 서울 성모병원, 서울 아산병원 등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을 통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없고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을 대상으로 우선 사용하겠다고 이야기해왔는데 막상 산자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대형병원 중심의 산업화 모델임이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환자진료에 따른 처방 후 의약품을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 의료행위에 따른 책임소재 문제가 불거질 경우 어떻게 접근할지 등 구체적인 사안을 둘러싸고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허가를 내주면서 첫 스텝부터 꼬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처방 후 국내 약품을 택배 같은 수단으로 보내거나 의사면허를 해외 각국에서 인정하는 문제 등 풀어야 할 현안에 대한 검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AD

현 정권의 보건의료정책을 짰던 김용익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나 김연명 청와대 사회수석 등 여권 내에서도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기류가 번진 가운데 병원협회나 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일각에서도 원론적 찬성 입장을 내비쳐왔다. 이런 가운데 보건의료분야 이해도가 부족한 산자부를 중심으로 부실한 밑그림이 나오면서 원격의료를 반대할 명분을 더 키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의사협회는 "재외국민 원격의료 임시허가는 실효성이 없는 면피용 정책이며 표면적 성과물에 집착하는 당국자의 조급증이 빚어낸 웃지 못할 참사"라고 혹평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