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수출규제, GSOMIA 등 현안 산적…계속되는 日 역사 왜곡
정부, 세계유산 관련 日 약속이행 촉구 결의안·지정 취소 협조 서한 보내

나가사키 앞바다에 위치한 일명 군함도, 옛 하시마 탄광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나가사키 앞바다에 위치한 일명 군함도, 옛 하시마 탄광의 모습(사진=위키피디아)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일관계가 갈수록 꼬이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한국 대법원 판결,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한국 정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문제에 이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관련 역사 왜곡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정부 당국자간 실무협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입장차만 확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약 한달만에 실무자급 협의가 있었지만 예상대로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24일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은 다키자키 시게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화상협의를 하고 메이지 시대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던 당시 약속했던 강제징용 사실을 함께 전시해야 한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강한 유감을 표하고 이행을 촉구했다. 일본은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가운데 일본의 근대 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가 추가된 것이다.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는 장관 명의의 서한을 유네스코(UNESCO)에 보내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강경화 장관은 한국인 강제징용이 있었던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등재 취소 가능성 검토를 포함한 일본의 후속조치 이행 촉구 결정문 채택을 위한 협조를 유네스코에 요청했다.


반면 일본은 약속을 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한일 외교국장 협의가 있었던 2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는 그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의하고 권고한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성실하게 이행해 왔으며 적절하게 대응해 간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우려를 공식 표명하자 유네스코는 일본의 약속 이행 여부를 정식 의제로 놓고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네스코측은 한국의 우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에 전달했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둘러싼 갈등 쟁점은


일본이 지난 15일 일반에 공개하기 시작한 산업유산정보센터를 둘러싼 분쟁은 일본 정부가 당초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됐다.


군함도를 포함해 근대산업시설 23곳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한 2015년 7월 사토 구니 당시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한 사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인포메이션 센터 설치와 같은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 전략에 포함시키겠다고 발언했다.


그는 "일본은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로 노역했다(forced to work)"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 정책을 시행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태도는 2017년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한 일본측의 이행경과보고서에서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5년 등재 당시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하에서 강제 노역했다’는 부분은 ‘한반도 출신자들이 일본의 산업을 지원했다’로 바뀌었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 전략에 포함시키겠다’는 부분은 ‘산업유산 보존을 위한 보급과 이해에 기여하는 싱크탱크로 도쿄에 인포메이션 센터를 설치할 계획’으로 후퇴했다.


이후에도 일본은 세계유산위원회의 요구를 묵살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결정문을 통해 2015년 일본 대표의 발언을 포함해 결정문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관련 당사국과 지속적인 대화를 권장하는 한편 전체 역사 해석에 있어서 다양한 국제 모범 사례를 고려할 것을 강력히 독려했다. 그러나 일본은 2019년 이행경과보고서에도 2015년 약속한 후속조치 이행을 포함하지 않고, 당사국인 한국을 대화 상대에서 배제했다.

'쌓이는 현안' 극단 치닫는 한일관계…'역사 왜곡' 세계유산 갈등까지 원본보기 아이콘


◆일본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韓, 국제사회 여론 조성


한국 정부는 2015년 등재 당시 당사국 간 약속 이행을 촉구하면서 세계문화유산 지정 취소를 위한 세계유산위원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1972년부터 유네스코가 운영하기 시작한 세계문화유산 제도에 따라 지정이 취소된 사례가 두 건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오만의 ‘오릭스 보호구역’과 독일 드레스덴 ‘엘베강 협력’이 지정 취소 됐는데 이들 국가는 해당 지역에 유전과 교량을 건설했다. 현저하게 가치가 물리적으로 훼손된 경우에 속한다. 한국이 ‘역사 왜곡’을 이유로 제3국에 등재 취소를 요구한 경우는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실제 취소까지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AD

한국 정부는 우선 국제사회에 일본이 약속 미이행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주유네스코 한국대표부 김동기 대사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대사관저에서 특파원 한국 간담회를 열고 세계유산위원회 21개국을 대상으로 일본 정부의 태도를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유산위원회에는 호주, 노르웨이, 러시아, 스페인, 태국 등이 위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위원국이 아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