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금융]보험료 '0%성장' 먹구름, 매물도 안 팔린다
10년 간 보험사 10곳 주인 바뀌고 흡수합병되고
보험사 M&A 냉기류…KDB생명 인수전 암초
초저금리에 IFRS17 부담…"파산·도미노 M&A 우려"
2020년 금융산업은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몇 년간의 역대급 잔치를 끝내고 현재는 생존과 직결된 시험대에 올라선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까지 동반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의 생존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등 첨단기술을 등에 업은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로 기존 금융사들은 전례 없는 위기와 도전의 순간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생각하는 한국 금융산업의 문제점과 업종별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지난 10년 동안 역사 속으로 사라진 국내 보험사는 10곳에 이른다. 생명보험사 가운데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과 우리아비비생명(현 DGB생명), 뉴욕생명(현 처브라이프), 금호생명(현 KDB생명),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녹십자생명(현 푸본현대생명)은 주인이 바뀌었다. PCA생명은 미래에셋생명에 흡수합병됐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과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이 이름을 바꿔달았고, 에르고다음다이렉트는 악사손해보험에 인수됐다.
초저금리와 저성장으로 조만간 인수합병(M&A) 시장에 보험사들이 매물로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던 과거보다 현재가 더욱 엄중하다는 위기감마저 감돈다. 업황 침체로 인한 판매 위축과 수익 감소, 경기둔화로 인한 투자 부진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M&A가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매물 나와도 매력 없다=현재 매물로 나온 보험사는 KDB생명이 유일하다. 올해 초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이 하나금융그룹으로, 푸르덴셜생명이 KB금융그룹으로 넘어갔다.
KDB생명 인수전은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일이 지연되고 있다. 작년 9월 매각 공고를 낸 KDB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올해 초 매각 완료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예상치 못한 암초에 걸리고 말았다.
최근 매각 작업을 주도해온 백인균 KDB생명 수석부사장이 부동산신탁회사인 코리아신탁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매각작업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유력후보로 지목 받은 사모펀드 JC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가격 외 추가 자본 확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적인 M&A 절차를 밟고 있는 보험사 외에도 일부 외국계 보험사들이 잠재적 매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국내 보험업계에는 미국계인 메트라이프와 라이나생명, 처브라이프, 프랑스계인 BNP파리바카디프생명, 홍콩계인 AIA생명, 중국계인 동양생명과 ABL생명 등이 운영 중이다.
이들은 가까운 시일 내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세계 경제 둔화에 따른 본사의 경영방침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특히 동양과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의 다자보험그룹은 해외 자산을 정리하기 위한 분석작업을 올초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가 인수한 롯데손해보험도 향후 2~3년 내 잠재적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체질개선을 이뤄 재매각에 나설 것이란 이유다.
◆위기 벗어나면 또 다른 위기 온다=보험업계에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무건전성을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으로 인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올해 보험업계 전체 보험료가 '0%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특히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2017년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당기순이익은 5조3367억원으로 전년(7조2863억원) 대비 무려 26.8%(1조9496억원)나 급감했다. 보험사 이익구조는 더욱 악화되는 추세다. 1분기 생명ㆍ손해보험의 보험영업손실은 10조원에 육박했다. 투자부문에서 그나마 만회를 하고 있지만 저금리가 이어질수록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초 IFRS17 도입이 2023년으로 1년 미뤄졌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평가 시점의 시장가치로 산출해야 한다. 저금리 영향으로 부채가 늘어나는 만큼 자본확충이 시급하다. 보험사들이 조직을 줄이고, 사옥과 같은 자산 매각에 나서는 것도 IFRS17에 대비하기 위한 궁여지책인 셈이다.
보험업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도 부담이다. 카카오와 네이버와 같은 대형 IT기업들은 물론 뱅크샐러드나 토스와 같은 핀테크 업체들도 호시탐탐 보험시장 진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삼성화재와 합작이 무산된 카카오는 이르면 하반기 단독으로 디지털 보험사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도 보험업 진출을 검토 중이다. 토스는 최근 보험매니저 100명을 공개채용하면서 사업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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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와 IFRS17 도입이라는 변수로 중소형 보험사는 물론 대형사까지도 생존이 힘들어지면서 파산하거나 M&A가 본격화될 수도 있다"며 "환경 변화에 맞춰서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버티기를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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