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만에 애플 동의의결 받아준 공정위…이통사 "면죄부 준 것"
[아시아경제 주상돈(세종)·한진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세 번 만에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최소 수백억 원대의 과징금 처분을 피하게 됐다. 피해 당사자인 이동통신사들은 애플의 행태가 크게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하고 있다.
18일 공정위는 애플이 지난해 6월4일 신청한 동의의결에 대해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상민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애플 건은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사건으로 사업자의 자발적 시정을 통해 양 당사자 간 거래 관계를 실효성 있게 개선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상생지원방안을 통해 중소사업자ㆍ프로그램 개발자ㆍ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동의의결은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과 소비자 또는 거래상대방 피해구제 등 타당한 시정방안을 제안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그 타당성을 인정하는 경우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공정위 입장에선 신속하게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자는 제재를 피하는 장점이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애플은 ▲이통사들의 부담비용을 줄이고, 비용분담을 위한 협의절차를 도입하는 방안 ▲이통사에 일방적으로 불이익한 거래조건 및 경영간섭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 ▲일정 금액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해 중소사업자ㆍ프로그램 개발자ㆍ소비자와의 상생을 위해 사용하는 방안을 공정위에 제시했고 공정위가 이를 수용한 것이다.
공정위가 애플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 것은 2016년 6월이다. 2년간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8년 4월 공정위는 애플이 거래 상대방인 이동통신사에 대해 이익제공강요행위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했다는 내용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의 공소장격)를 애플에 보냈다. 구체적으론 애플이 단말기 광고 비용과 무상수리서비스 관련 비용을 이통사에 부담하도록 한 것은 '이익제공강요'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일방적으로 이통사에 불리한 특허권 및 계약해지 조건을 설정한 것은 '불이익제공', 이통사의 보조금지급과 광고활동에 간섭한 행위는 '경영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후 공정위는 2018년 1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세 차례 전원회의를 통해 애플의 혐의 사실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애플이 지난해 6월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공정위의 전원회의는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던 애플이 공정위의 제재를 피하기 어렵다고 보고 동의의결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정위의 이번 판단이 다른 국가에서의 제재 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데다 향후 수년간의 법정 다툼보다 자진시정안을 내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익이라고 판단했다는 시각도 있다.
동의의결 절차 개시에 애플 갑질의 피해 당사자인 이통사들은 공정위가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애플이 최근까지의 행태도 기존과 크게 바뀐 것 없다. 제품 수급 등 이해관계가 얽힌 이통사들은 공정위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시정안에 광고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담할지, 무상수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애플은 "애플은 어떠한 법률 위반도 하지 않았다고 믿고 있지만, 이제는 이와 관련한 절차에서 벗어나 우리의 고객과 지역사회에 더욱 더 집중하려고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애플의 최종 시정방안은 30일 내에 잠정동의안이 마련한 뒤 이해관계인 등의 의견 수렴(30~60일)을 거쳐 다시 공정위의 심의ㆍ의결을 통해 확정된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