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北 '넘버2' 김여정, 악역 자처한 까닭
김여정 '독설'로 대남 비판 앞장, 김정은과 역할분담…몸값 높이며 김정은 정치리스크 분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손선희 기자, 김동표 기자]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발언을 전하는 형식으로 '대북 특사' 제의 내용을 공개해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보내고자 제의했으며, 방문 시기는 북측이 희망하는 날짜로 최대한 이른 시기를 원한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대북 특사는 한반도의 파국을 막아낼 결정적인 카드 중 하나다. 하지만 북측의 대북 특사 제의 공개로 이미 긁어버린 복권이 돼버렸다. 기대감을 품기도 전에 효력을 상실한 셈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보도했다. 대북 특사 카드를 무력화한 주체가 김 제1부부장이라는 것을 전하는 형식으로 그의 정치적 무게감을 드러낸 셈이다.
김 제1부부장은 17일 문 대통령을 겨냥한 담화문을 통해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북한 체제의 '넘버 2'라는 것을 각인시키면서 남북 관계 경색의 주체로 떠올랐다. 주목할 부분은 김 제1부부장의 표현은 정상 국가의 2인자 발언인지 의심하게 할 만큼 '격한 언어'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김 제1부부장은 "뻔뻔함과 추악함이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수권자 연설에 비낀 것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발언과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 발언을 겨냥해 날이 선 평가를 이어갔다. 김 제1부부장은 "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다"면서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행동은 김 제1부부장의 과거 행보와 비교할 때 낯선 모습이다. 그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행사 참석을 위해 남쪽으로 내려왔을 때 예의 있는 모습으로 인사를 주고받았다. 특히 청와대를 방문했을 때는 문 대통령에게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란다"면서 덕담을 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도 김 제1부부장을 환대했고 두 사람의 대화에는 웃음꽃이 피어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남북 관계가 당시와는 다르다고 하지만 김 제1부부장의 최근 행보는 과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북측의 2인자로 떠오르는 인물이 남측 정상을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독설을 내뱉는 것은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는 행동이다. 스스로 발언의 권위를 훼손하고 상대의 신뢰도 무너뜨리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김 제1부부장의 최근 행동은 의도된 정치적 포석으로 볼 수도 있다.
'악역' 이미지 메이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역할 분담의 일환일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제1부부장의 행동은 한반도 현안에 대한 발언권을 통해 몸값을 올리는 한편 김 위원장의 운신 폭을 넓혀주는 선택으로 볼 수도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지 않은 것은 문 대통령과 과거의 관계를 다시 복원할 수 있는 여지는 살려놓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김 제1부부장이 일종에 악역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