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김상조 실장이 눈여겨 본 韓銀 분석…기업 빈익빈부익부 확대
한국은행 '2020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 분위수 통계'
文대통령 "코로나19 끝나도 기업 멍들지 몰라"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손선희 기자] '잘나가는 기업은 버티고, 안 좋던 기업은 더 힘들어지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기업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성장성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던 기업들의 체감 충격이 상당해 기업 간 격차가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공개한 2020년 1분기 기업경영 분석 보고서에 그대로 나타났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 같은 내용에 초점을 맞춰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청와대는 코로나19가 양극화 현상을 키우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17일 한은의 1분기 기업경영 분석 분위수 통계에 따르면 상장기업(제조업) 중 상위 25%의 올해 1분기 매출액 증감률 하한선은 전년 동기 대비 16.6%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16.5%)와 비교하면 오히려 0.1%포인트 상승했다. 상장 제조업체들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감률을 계산해 줄을 세울 경우 상위 25%규모의 기업들이 모두 16.6% 이상의 매출액 증감률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반면 매출액 증감률이 원래 낮던 하위 25%의 증감률은 아무리 높아도 -14.3% 수준이었다. 하위그룹 상한선은 -13.3%에서 -14.3%로 마이너스 폭이 확대됐다.
기업들의 수익성을 알 수 있는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였다. 상위 25%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기준선은 8.4%로 지난해 1분기(7.1%) 대비 1.3%포인트나 올라간 반면 하위그룹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8%에서 -3.9%로 떨어졌다. 하락 폭은 2.1%포인트나 됐다. 매출액 증감률은 통상 전분기와 비교해 흐름을 파악하며, 수익성 지표(매출액 영업이익률 등)는 계절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년 동기와 비교한다.
따라서 상위그룹과 하위그룹 간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매출액 증감률 격차는 지난해 4분기 29.8%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30.9%포인트로 확대됐고, 매출액 영업이익률 격차는 8.9%포인트에서 12.3%포인트로 커졌다. 상위 기업들은 기존 수준을 거의 유지한 반면 하위그룹은 하락 폭이 커지면서 양 끝단에 해당하는 상하위 25%를 제외한 기업군에서 성장성과 수익성 격차가 커진 것이다.
영업이익 대비 부채 규모를 의미하는 이자보상비율 역시 기업 간 격차가 컸다. 올해 1분기 상위 25% 그룹의 이자보상비율은 2870.3%를 넘어섰지만 중위그룹 기준은 275.5%였다. 하위 25%의 경우 이자보상비율이 아예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자보상비율은 대표적인 재무건전성 지표로, 영업이익 대비 이자 비용에 100을 곱해서 산출한다. 기업의 영업이익이 이자보다 어느만큼 큰지를 알 수 있는데 이 지표가 100%를 넘지 못하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했다는 의미다.
강창구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가 지난 2월 말부터라 1분기에 모든 영향이 반영됐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최근 기업들 간 매출 등 성장ㆍ수익성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한은의 기업경영 분석 보고서는 전날 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열린 브리핑에서 "김 실장은 기업 중에서도 어려운 기업이 더 어려움을 겪는 현상을 대통령께 보고했다"며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상황이 끝나도 (일부 기업에는) 멍이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충격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기업들, 그 중에서도 이미 상황이 좋지 않던 하위그룹에 후유증을 크게 남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과 경제 참모들은 '속도'에 중점을 맞추고 하위 쪽에 있는 기업의 경우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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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2014년부터 제조업의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분위수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경영 분석 지표가 일부 대기업의 경영 실적에 크게 좌우되는 측면이 있어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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