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금융]금융 CEO “대출·금융지원은 부실 미룰 뿐 해결책 아냐”
금융지주 회장·은행장 설문조사
저금리에 NIM 하락세 지속 금융산업 근간 훼손 우려
빅테크 기업 공격적 진출에 ‘기울어진 운동장’서 경쟁
대면거래·중복 감독 등 행정규제 완화 필요
2020년 금융산업은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몇 년간의 역대급 잔치를 끝내고 현재는 생존과 직결된 시험대에 올라선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까지 동반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의 생존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등 첨단기술을 등에 업은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로 기존 금융사들은 전례 없는 위기와 도전의 순간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생각하는 한국 금융산업의 문제점과 업종별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초저금리 하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금융산업의 리스크가 커졌습니다. 또한 시중 유동성이 대규모로 풀리면서 금융의 자금중개 기능이 약화되고 핀테크(금융+기술) 등의 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는 등 역대 가장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A금융지주 회장)
17일 아시아경제 설문에 참여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금융 여건이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는 인식을 여실히 드러냈다.
‘제로금리 시대’의 도래로 전통적 이자수익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투자자문, 방카슈랑스, 펀드 등 자산관리(WM)는 물론 디지털 사업 확대 전략은 이제 필수가 됐다. 이를 위해선 규제 완화가 가장 시급히 선결돼야 할 과제라고 CEO들은 입을 모았다.
◆‘역대급’ 위기 온다, 도미노 부실 가능성=CEO들은 가계와 기업 부채가 동시에 폭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유동성이 일시적으로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효과’라는 우려와 함께 향후 취약계층의 부실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B금융지주 회장은 “미ㆍ중 갈등 심화,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시장 리스크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기업과 소상공인의 잠재적 부실 등 신용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조적인 저금리 상황으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세가 지속되면 금융산업의 근간이 훼손될 수 있다는 걱정도 상당했다. C시중은행장은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하에 의한 수익성 저하 및 건전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D은행장은 가계부채에 대해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정부의 정책대출이나 금융지원은 부실화될 시기를 이연시킬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가계부채 부실이 뇌관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3개월(지난 3~5월) 동안 기업 및 가계대출이 폭증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1000억원, 가계대출은 920조7000억원에 달한다. 기업과 가계가 각각 생산ㆍ소비활동을 하면서 부채가 증가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증가폭이 지나치게 큰 것이 문제다. 기업대출은 최근 3개월 간 약 62조6000억원 급증했고, 가계대출은 금융당국의 억제에도 19조5000억원이나 늘었다.
◆생존이 먼저…규제 완화 필수=금융사들은 당장의 수익성을 좇기보다는 먼저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예대마진으로 돈 버는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하고, 증권 분야에서 기업금융(IB), 자산운용, WM 등 비이자 부문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러나 이들 분야를 꽉 잡고 있는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기엔 우리 금융사들의 체력이 약하다.
E지주 회장은 “글로벌 사업은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진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축통화를 보유한 선진국에서는 현지의 광범위한 금융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자금조달, 중개 및 IB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주 회장은 “선진국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중심의 현지화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CEO들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F지주 회장은 “규제와 구두 형태로 이뤄지는 ‘보이지 않는 행정규제’ 등이 금융사들의 과감한 도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간편송금 등 혁신서비스를 앞세워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는데 기존 금융사들은 차별적 규제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 중”이라고도 했다.
규제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한 지주 회장은 “비대면이 활성화되는 상황에서 금융거래에서 대면 거래를 원칙으로 적용하는 신탁 등의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감독규제 체계의 경우 겸영ㆍ부수업무의 확대로 중복 영역이 많아지는 만큼 업권별에서 기능별로 규제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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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CEO는 “금융사가 최대한의 자율성을 가지고 상품 출시 및 판매에 책임을 져야 상품 판매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역시 금융사가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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