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QR코드' 찍어야 한다는데…명부작성도 안하는 곳이 태반
'QR코드 인증' 첫날, 곳곳에서 잡음
'준수-무시' 업소 반반…QR 대신 수기 작성도
일부는 명부조차 미작성…허위작성해도 확인 안 해
젊은 층 찾는 업소는 비교적 양호한 편
유흥주점·단란주점 "고객이 신상정보 노출 꺼려"
[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 "입장하시려는 분들은 휴대전화에서 네이버 애플리케이션 켜주세요."
10일 오후 9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헌팅포차 입구. 평일임에도 이곳은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직원은 밀려드는 손님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느라 분주했다. 헌팅포차·노래연습장 등 유흥시설에 QR 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Ki-PassㆍKorea Internet-Pass)' 시스템이 도입된 첫날이라 일일이 사용법을 안내하고 있던 것이다.
홍대 인근에 위치한 감성주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거리 곳곳에 늘어선 술집 입구에선 직원들이 손님에게 QR코드 사용법을 설명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아예 QR코드 발급 방법을 설명하는 안내판을 만들어 놓은 곳도 눈에 띄었다.
이곳 직원 A(23)씨는 "손님 대부분이 QR코드 사용법을 몰라 일일이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알려주고 있다"면서 "아직 명부 작성을 거부하거나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는 손님을 보진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강남의 한 헌팅포차에 입장하며 직접 해보니 QR코드 사용법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직원의 설명을 따라 네이버 앱을 켜고 왼쪽 상단 메뉴를 누른 뒤, 개인정보 수집 및 제공에 동의한다는 내용에 체크를 하자 '입장을 위한 QR코드'가 바로 화면에 나타났다. QR코드를 발급받고 입장하는 과정은 3분 정도 걸렸다.
다만 QR코드 인증 절차를 잘 지키는 곳만 있는 건 아니었다. 시행 첫날인 만큼 아예 업소 측이 인증 절차를 생략하거나, 반대로 고객이 인증을 거부하고 발길을 돌리는 모습도 여러 번 포착됐다. 이날 강남과 홍대ㆍ인천의 번화가에 위치한 업소 10여 곳 이상을 확인해보니 인증 절차를 지키지 않는 곳이 거의 절반이었다.
이날 오후 11시께 서울 강남역 인근 한 헌팅포차는 QR코드는커녕 명부조차 작성하지 않은 채 간단히 체온만 측정하고 손님을 들여보내고 있었다. 젊은 층 사이에서 '힙플(힙플레이스·Hip place)'로 통하는 이곳은 이날도 쉴 새 없이 손님이 드나들며 주말 밤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인근의 또 다른 술집도 마찬가지였다. 감성주점으로 유명세를 탄 이 술집도 신분증 확인 외에는 QR코드를 비롯해 수기작성 등 별도의 인증 절차가 전혀 없었다. 심지어 이곳은 지난달 코로나 19 확진자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업을 중단한 이력도 있었다.
11일 자정을 갓 넘긴 시간 찾은 홍대 인근 한 노래연습장을 찾았다. 홍대의 ‘랜드마크’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곳이지만 여기서도 방문객 확인 절차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QR코드를 이용한 인증 시스템이 없어 노래연습장 입구에선 직원들이 체온 측정 후 방문객들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일일이 수기로 작성하게 했다. 그러나 진위여부를 따로 확인하진 않았다. 사실상 거짓으로 적어내도 아무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는 실제로 이태원 클럽 발 코로나19 사태에서 방문자와 접촉자 선별을 어렵게 해 문제가 됐던 부분이다.
특히 업종별로 QR 코드 인증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확연했다. 젊은 층이 주로 찾는 헌팅포차나 감성주점 등의 경우엔 업소나 고객 모두 QR코드를 찍는데 큰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연령대가 주로 찾는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에선 QR코드 등 인증 절차가 아예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업소 특성상 고객들이 QR코드를 찍기 꺼린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날 새벽 3시께 인천의 한 유흥시설 밀집지역 내 유흥주점과 단란주점 4곳에 입장을 시도했으나 절차를 지키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이곳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A(52)씨는 “인근의 다른 유흥시설 업주들도 QR코드 때문에 걱정이 많다”면서 “이곳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신상정보 남기는 것을 꺼리는데 억지로 QR코드를 찍게 하면 누가 방문하겠느냐”고 토로했다.
정부는 우선 오는 30일까지는 계도 기간을 두고 현장 단속을 벌이되, 처벌보다는 시스템 정착에 초점을 맞춰 전자출입명부 작성을 독려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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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7일 서울과 인천, 대전의 16개 시범지정시설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이날부터 8개 고위험 시설에 전자출입명부 사용을 의무화했다. 고위험 시설로 분류된 곳은 ▲헌팅 포차 ▲감성주점 ▲유흥주점(클럽·룸살롱 등) ▲단란주점 ▲콜라텍 ▲노래연습장 등이다. 이들 업소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갖추고 반드시 고객에게 QR코드를 받아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다음 달부터는 QR코드 시스템을 갖추지 않거나 명부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업소에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거나 영업 중단 조치까지 내려질 수 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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