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본부 대공분실, 고립감과 공포감 자극하는 건물 구조…"방호문 열리는 소리는 탱크 굴러가는 굉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어떻게 하면 여기에 끌려온 사람들, 연행돼 온 사람들이 완벽한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방향으로 설계가 돼 있다."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민주인권기념관 예정지)에서 전한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의 설명이다.

1980년대 민주주의와 인권 억압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남영동 대공분실. 수많은 민주인사가 이곳에서 가혹 행위를 당하고 심지어 물고문을 당하며 생사의 갈림길에 서야 했던 공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 이후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남영동 대공분실을 찾았다.


유 소장은 "1976년도에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처음에 5층으로 지어졌다가 1983년도에 전두환 정권 때 7층으로 증축됐다"면서 "아까 들어오실 때 맞이했던 정문, 그 철문을 보면 2개로 돼 있다. 방호문까지 돼 있는데 눈을 가린 상태로 거기를 통과하면 그 방호문이 열리는 소리는 탱크가 굴러가는 굉음이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들린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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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대공분실에 들어 온다는 것은 극한의 고통을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민주주의 억압의 시대, 수많은 재야 민주인사와 종교인, 학생들이 이곳에서 극도의 공포를 경험했다. 문 대통령은 원형 그대로 보존된 철문을 확인하면서 조사실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 섰다. 5층까지 이어지는 나선형 형태이다.


유 소장은 "5층 조사실은 철제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간다. 나선형 계단은 72계단으로 돼 있고 세 바퀴를 돌게 돼 있다"면서 "나선형 계단은 2층, 3층, 4층으로는 나가는 통로가 없다. 여기 발 디디는 순간 5층까지 끌려 올라가서 바로 조사실로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승강기를 이용해 남영동 509호 조사실에 도착한 뒤 1987년 박종철 열사를 물고문했던 그 욕조를 바라봤다. 김정숙 여사가 준비한 헌화 이후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체가 그냥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온다. 물 고문이 예정돼 있다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선 스님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경찰에서 이곳을 민주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내놓은 것도 큰 용기"라고 말했다. 509호 대기실 밖에는 박종철 열사 형인 박종부씨와 민갑룡 경찰청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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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민 청장에게 "이 장소를 민주인권을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하고, 또 어제는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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