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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nudge리더십]"아들! 엄마 좀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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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넛지의 전형(典型) ? 존댓말의 회복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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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초 집에서 보던 TV를 바꿨다. 화면도 커지고 선명해 눈길이 자주 간다. 지난 드라마를 몰아보는 채널에서 20년 전에 나온 역사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았다. 내용은 530여년 전 조선조 성종 재위 때 인수대비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주상. 이제부터는 이 어미가 힘이 되겠습니다"라며 극존대를 한다. 나라의 지존(至尊)이기에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전통 예절로 제대로 된 집안의 부모와 자식간 대화법의 전형이었다.


요즘 세간의 화제인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도 눈에 들어온다. 이혼의 위기로 가정 파탄을 앞에 두고 지존급 보물인 '아들'을 사랑스럽게 부르지만 실제 말에는 명령과 지시만 남아 있다. 부모가 원하는대로 해주기만을 바라며 자존감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일반 가정도 이런 방식으로 인해 '요즘 애들'의 문제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결국 부부의 외도와 다툼으로 인해 아들을 잃는 것으로 드라마는 끝난다.

한국의 직장 모습도 비슷하다. 상사와 부하 간에 직급이나 나이를 기준으로 존댓말과 반말이 이어져 왔다. 성장시대의 효율성 추구로 지시와 명령만 남고 그 수단으로 반말의 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일부 회사들이 수평 조직, 벽 없는 조직, 캔문화를 외치면서 계급의식의 잔재라며 직급호칭을 버리는 방식을 택했다. 소위 선진국 방식이었다. 이런 시도의 핵심은 격의 없는 존중으로 자존심과 자부심을 높여 창의성을 키우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부작용이 오히려 크다고 한다.


가정사도 그렇다. 잘 키워서 공부도 잘하고 어디를 가나 똑똑하고 잘난 아들·딸로 키우고 싶어한다. 그러나 부모라는 권력으로 자녀들을 전유물로 대한다. 자녀를 잘 키우고 싶은 노력들은 다양하게 하고 있지만 신통찮게 보인다. 공부든 사회생활이든 그 출발은 집에서 받는 존중이다.


존중의 구체적인 행동이 무엇일까? 그 힌트를 예전 공중파 방송프로그램과 책에서 본 기억이 있어 찾아 보았다. '부부사이 성공의 법칙'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몰래 카메라로 찍은 부부의 도로주행 운전연습 중 극도의 다툼이 일어난다. 한 심리학자의 조언으로 주고받던 반말을 존댓말로 바꾸게 했는데 이는 짧은 시간에 효과를 냈다. 말 하나로 서로 존중하는 계기가 된 것이었다. 인터넷이나 학술자료를 찾아보면 존댓말을 쓸 때의 효과와 의미에 관한 연구결과는 심리학, 뇌과학 등에서 차고 넘친다.

기업의 문화도 한 단계 레벨 업이 되어야 한다. 한국 사회도 꼰대, 라떼, 요즘 것들이라 말하는 비방이나 정치적 신념에 의한 대립도 뛰어넘어야 한다. 그 방법으로 '상하 간의 존댓말 문화'를 권한다. 나이에 의한 조직운영을 떠나 무조건 존중에 의한 문화로 바꾸는 것이다. 상하 간에 격의 없고 존중하는 문화가 핵심이다. 선배는 지식의 흐름이나 다양성 측면에서 하급자, 후배들의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여야 한다. 후배는 글과 책으로만 알 수 없는 선배들의 경험과 연륜을 받아 조화롭게 소화해야 한다. 부부 사이, 부모자식 사이도 그랬으면 좋겠다.


상하 간의 존댓말 문화! 세계적으로 흔치 않은 민족의 유산이다


사족을 달아본다. 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말했다. 언어는 존재가 머무는 곳이며 세계와 사물을 인식하는 통로라는 것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인간의 사유를 지배하고 복속시키는 것이다. 인간이 언어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인간을 부린다. 상호 존댓말이라는 집에서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란다.



박창욱 한국지식가교 대표(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넛지리더십'이란?

-'넛지리더십'은 강제와 지시의 억압적 방법이 아닌 작고 부드러운 개입이나 동기 부여로 조직이나 개인의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또한 본인 스스로의 작은 변화로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따르고 싶은 사람으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조직이나 관계에서 창의와 열정을 불어넣어 새로운 가치와 행복을 창출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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