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완전자급? 와인·커피처럼 품종 개발 해야
한반도 최초의 재배 볍씨로 알려진 '고양 가와지볍씨'의 발견으로 우리나라의 벼 재배역사는 신석기시대부터 약 5000년 이상 이어져 온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지금과 같은 밥 형태로 쌀을 먹기 시작했다고 하나 쌀 생산량이 부족해 부유층에서만 소비됐다. 이후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쳐 1960년대에 이르는 동안에도 쌀은 여전히 귀한 식량으로 대접받아 왔다.
부족한 쌀의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확량이 많은 벼 품종 육종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1964년 필리핀에 위치한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농촌진흥청 고(故) 허문회 박사 파견을 계기로 쌀 자급을 위한 벼 육종이 본격화됐다. 1970년대 초반 인디카종과 자포니카종을 교잡한 다수확 품종 '통일'벼의 농가 보급을 필두로 25종이 전국으로 확산됐고 1977년 단위면적당 쌀 수확량이 세계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우리나라는 쌀 완전자급이 선언됐다.
쌀 자급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30kg을 전후했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국민 소득의 증가로 1990년대 후반 100kg이하로 떨어진 뒤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또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함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고 밥쌀용 쌀 수입도 이뤄지고 있다.
소비감소와 수입쌀 범람 속에서 우리 쌀은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차지고 밥맛이 좋은 다양한 벼 품종 개발이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밥쌀용과 특수미로 등록된 농촌진흥청 개발 벼 품종은 298종에 달한다. 그중 밥맛과 재배 안전성이 뛰어난 18종은 최고품질 품종으로 분류해 재배 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농촌진흥청이 추진한 '탑라이스 프로젝트'가 좋은 예다. 이 프로젝트는 쌀의 단백질 함량을 낮추고 완전미 비율을 95% 이상 높였다. 10% 이상 재배되고 있는 외래품종(아끼바레, 고시히카리 등)도 국내육성 우수 품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삼광', '진수미', '알찬미', '해들', '참드림'등이 그것이다. 민간에서 육성한'골든퀸 3호','진상'도 지역 브랜드로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품질 좋은 쌀 생산ㆍ유통 거점단지를 통한 통일된 재배ㆍ관리가 필요하다. 11개 단지를 중점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쌀 품질도 균일해야 한다. 유통시스템을 갖춘 지역 RPC와 연계해 쌀 생산ㆍ유통 고도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커피나 와인처럼 품종에 따라 맛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품질 고급화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면 쌀 소비량 감소로 인한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과잉되지 않도록 적정생산 및 수급안정이 기본이며, 쌀 이외의 식량작물의 자급률을 끌어올리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과거 통일형 벼로 쌀 자급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것처럼 최고품질 벼 품종이 주식의 가치를 올리고 식량안보를 위한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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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일 농촌진흥청 농촌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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