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조카 증인석에 선 정경심 "검찰 기소 납득할 수 없어"(종합)
[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기억나지 않습니다.", "제 공소사실과 연관이 있어 보이므로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소병석) 심리로 열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씨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답변을 반복했다.
재판부가 "증언 거부 사유에 대해서는 증인이 자유롭게 의사결정해서 증언 거부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정 교수는 이날 자신의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만한 신문에는 즉답을 피하는 한편, 일부 공판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다.
또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면서 때론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그가 조씨와 함께 받고 있는 혐의에 대해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경심 "대부분 기억 안나… 증언 거부" = 검찰은 이날 주신문 과정에서 '조씨와 투자 관련 대화를 나눈 적 있느냐'는 등의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하지만 정 교수는 대부분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말 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다음은 정 교수의 증인신문 중 일부
정 교수 = 제 공소사실과 연관이 있어 보이므로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검사 =익성에 대한 투자 및 사업 설명을 듣고 자료를 받아왔습니까?
정 교수 =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 교수 = 기억나지 않습니다.
검사 = 이후 증인은 피고인에게 '오후 2시30분까지 사무실에서 보면 좋겠어요'라고 문자했는데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 아닙니까? 투자 관련 내용이었나요?
정 교수 = 기억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제 공소사실과 관련이 있어 보이므로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이날 검찰의 신문조서에는 2015년 말께부터 2017년 2월까지 정 교수와 조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 대화 내용이 상당 부분 차지했다.
검찰은 이 문자 메시지 내용을 근거로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식으로 증인신문으로 진행했다.
정 교수가 "기억나지 않는다", "진술하지 않겠다"는 등의 답변을 반복해도 투자 경위와 관련 논의 내용 등에 대한 질문을 계속했다.
검찰은 수사 단계부터 정 교수가 조씨와 공모해 사모펀드 비리를 저질렀다고 봤다.
조씨의 공소장에는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한 횡령, 사모펀드 약정 관련 금융위원회 허위 보고, 증거인멸 등 3가지 항목에 대해 정 교수를 공범으로 적시했다.
정 교수는 모든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재판부는 "정 교수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고 공범 관계를 인정할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의 증인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정 교수는 지난 20일 이 사건 재판에 "검사의 신문은 피고인 신문과 다를 바 없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정 교수 측은 당시 사유서를 통해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한 내용이 자신의 재판에 증거로 제출될 것으로 예상돼 출석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불출석하자 과태료 4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정 교수가 이날 재판에 출석하자 과태료 결정을 재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증인신문 내용을 정 교수의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다.
정 교수는 사모펀드 불법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이 법원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때로는 적극 해명하며 방어 = 정 교수는 자신의 공소사실과 다소 거리가 있는 검찰 측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검찰이 2017년 7월 정 교수가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을 사는 것'이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에 대한 의미를 묻자 "극히 사적인 대화였고 언론플레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당시 서울 역삼역 근처 카페에서 조씨를 만난 자리에서 "이런 건물은 얼마나 하는지 물어본 기억이 있다"며 "조씨가 '40~50억원 한다면서 강남 건물 사시죠'라고 해서 마음이 업 돼서 저런 이야기를 동생에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또 2016년 조씨에게 "늘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새해에 더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낸 것에도 큰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저는 성격상 밑의 직원에게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 왔고, 구치소에서 밥 주는 사람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한다"며 "맡기기 마땅치 않은 돈을 받아 이자를 주는데 (감사할 이유가 왜 없느냐)"고 항변했다.
정 교수는 이날 검찰이 남편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언급하자 "돈에 전혀 없고 정직한 사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 해명을 포함해 조 전 장관이 재산 관리에 어두운 사람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자녀들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 과외비를 정 교수가 냈다거나, 두 달 전에 정 교수에게 보내준 돈이 얼마인지 기억 못한 에피소드 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남편은 공직자 재산공개 전까지 제게 돈이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고 돈을 보내 달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내주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만이 아니라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에 자금을 투입한 자신이나 동생이 금융 거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검사가 이야기하는 원금이나 소비대차라는 말의 의미를 모른다"라거나 "사모펀드가 영어로 프라이빗에쿼티라는 것을 알게 된 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억 5000만원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 자신이 조씨에게 '투자자금'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 방어했다.
정 교수는 "전공이 문학인데, 말에 대해 적응력이 뛰어나 상대방 말을 따라 쓰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방 말을 따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 손에서 돈이 떠난 것을 투자라는 말의 의미로 쓴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씨에게서 받은 1억5000만원이 투자의 최소 수익금을 보전받기 위한 횡령금이라고 보지만, 정 교수와 조씨 측은 빌려준 돈의 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투자가 아닌 대여… 증거인멸 납득 안돼" = 조씨의 변호인은 이날 "이 사건이 투자냐, 대여냐 등 단어에 집착해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실체를 놓고 판단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정 교수와 조씨 측이 사용한 '투자'란 단어에 집착해 1억5000만원을 횡령금이라고 보는 게 실체적 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었다.
변호인은 "이 사건 이자율은 10% 내외로 이 정도는 일반인도 투자라고 하지 이를 대여라고 표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검은 투자'라고 표현하는데 팩트는 10억원의 10%가 왔다는 것 뿐"이라며 "투자였다면 검찰은 얼마의 투자가 발생해 그 수익을 정 교수에게 전달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 역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은 건데 검찰 측에서 횡령이라고 해서 너무 기가 막혔다"고 했다. 투자가 아닌 대여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조씨의 변호인은 사모펀드 약정 관련 금융위원회 허위 보고에 대해서는 "정 교수가 이자만 받게 되면 세법상 여러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회피할 목적으로 편법으로 서류를 작성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와 조씨가 받고 있는 횡령 혐의에 대해 "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을 지 언정 횡령 처벌 대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는 정 교수와 조씨가 받고 있는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한 질문이 없었다.
이에 재판부는 신문이 끝난 뒤 정 교수에게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줬다.
정 교수는 "검찰에서 50번 넘게 조사를 할 때도 증거인멸 관련 질문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증거인멸을 지시한 적이 없는데 검찰이 이 혐의로 기소를 해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조사 때부터 진실을, 그리고 팩트대로 말하려고 했는데 도대체 무엇을 인멸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마치면서 다음 달 11일을 다음 기일로 잡았다. 조씨에 대한 신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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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아울러 내달 25일 변론을 종결하고 결심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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