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집에 대한 욕망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강남 도산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따뜻해진 날씨에 산책을 나온 연인, 가족이 많았다. 가족과 도산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유난히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검은색 대형 세단, 스포츠카 10여대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한 건설사에서 운영하는 초고가 아파트 모델하우스였다.
사전에 예약한 방문객만 입장이 가능한 모델하우스다. 그렇다 보니 검은 정장에 검은 마스크를 쓴 직원들이 일일이 차에 탄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도 더 좋은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누를 순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았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TV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도 집은 등장인물들의 욕망과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다.
이혼을 당한 전 남편이 화려하게 고향으로 돌아온 첫 장면도 집이었다. 전 부인이 보란 듯 더 크고 더 화려한 집에 입성한다. '내 집을 봐. 나 아직 죽지 않았어. 나와 이혼한 걸 후회하게 하겠어.' 이런 내심이 엿보인다.
사람들에게 집은 욕망이자 희망 같은 존재다. 가지고 싶다고 가질 수 없고, 누가 억지로 뺏는다고 쉽게 놓칠 수 없는 그런 존재가 집이다.
집에 대한 욕망은 최근 발표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직방이 자사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14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에 따른 주택 매각 의사'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5%가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커졌지만 주택을 계속 보유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취지로 부동산 규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사람들의 집에 대한 애착마저 꺾을 수는 없다는 점을 방증한다.
부동산 중개 현장에서도 아직 뚜렷하게 달라진 점이 없다.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이지만 '팔자'가 대세는 아니라는 게 현장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히려 30대를 중심으로 아파트 구입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신고일 기준 30대가 매입한 서울의 아파트는 2772건이다.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3%로 가장 높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해도, 공시가격을 올려도, 보유세를 높여도 살 사람들은 다 산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대한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민간이 시장을 주도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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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180석이라는 거대 정당이 된 여당이 부동산 정책을 만들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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