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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약한 연결의 힘'과 조직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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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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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근로자를 대상으로 현 직장에 취업하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조사한 연구가 있다. 분석 결과 1주일에 2번 이상 연락하거나 만나는 사람의 도움으로 취업한 경우가 16.7%였고 1년에 한 번 또는 한 번도 연락하지 않은 사람의 도움으로 취업한 경우는 27.8%였다. 즉 절친한 지인보다 별로 가깝지 않은 사람의 소개나 도움으로 직장을 갖게 된 경우가 더 많았던 것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돌이켜보면 그다지 깊지 않은 관계이던 사람으로부터 인생에서 중요한 도움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회학자 마크 그래노베터가 1973년 발표한 이 논문(The Strength of Weak Ties)은 인간관계의 기저에 내재한 원리를 새로운 각도로 조명한 독보적 연구로 손꼽힌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 간에 중요한 정보의 전달과 도움은 왜 깊지 않은, 비교적 약한 관계에서 더 자주 발생하는가. 먼저 동료 집단의 정보는 이미 본인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롭고 유용한 정보는 주로 다른 무리에게서 취득하게 된다는 해석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데 필자의 견해를 추가해 종합해보면, 도움을 받는 입장에서는 친한 지인의 배려를 받으면 되갚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채용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절친한 사람의 추천에 대해 오히려 객관성을 신뢰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위와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는 타인에게 중요한 정보를 줄 때 예상치 못한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 도리어 비난을 받을 위험도 존재하고, 이러한 우려가 절친한 지인보다 오히려 적당히 거리가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 또 같은 집단 내의 누군가가 잘되거나 성공했을 때 발생하는 동질감의 상실과 질투심이 친한 지인에 대한 원조를 억제했다는 해석도 있다.

논문이 발표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약한 연결'이 '강한 연결'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결론은 여전히 흥미롭다. 그런데 이렇게 개인 간에 존재하는 약한 연결의 힘이 갖는 원리를 개인과 조직 사이의 관계로 확장해 적용해보면 어떨까. 조직에 실질적 기여를 하는 행동은 충성도가 높아 그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즉 조직에 강하게 연결된 구성원만 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 내 장기간 근속한 구성원이 많을수록 전반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회피하고 기존의 업무 관행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자주 발견된다. 반면 아직 조직에 깊게 몰입되지 않은, 즉 약하게 연결된 신참 직원들로부터 예상 외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도출되고 창의적 혁신이 태동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조직을 위해 오랜 기간 헌신한 구성원과 젊고 참신한 인재가 양적, 질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조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당장에 업무 추진이 용이하다고 숙련된 경험자 위주로 조직을 운영하고, 중요한 업무는 오랫동안 그 일을 계속해온 사람에게만 맡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패 확률이 낮고 가시적 성과가 보장되는 안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장기적 측면에서 조직의 지속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고착화되면 조직 내 학습과 지식의 전파는 자연스레 위축된다. 이뿐만 아니라 젊은 인재들은 허드렛일만 하며 무기력에 빠질 가능성이 높고 이내 조직의 혁신적 사고와 도전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개인과 조직 간에 존재할 수 있는 '약한 연결의 힘'을 극대화하고 혁신을 위해 이를 선순환시키려면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결단도 필요하며,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도전하도록 그 기회를 적정하게 배분하는 균형 역시 중요할 것이다. <정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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