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코로나 대출'에 한 달? 그 전에 죽을 판"…애타는 소상공인
신용보증재단 보증부 대출 수요 몰려 과부하
심사-非심사 업무분리에도 아직은 역부족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민영 기자] "대출 받기 전에 가게고 뭐고 다 접고 나자빠질 판이에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에서 만난 박민호(39ㆍ남ㆍ가명)씨는 기자를 보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인근에서 작은 잡화점을 5년째 운영 중이라는 박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매출이 3분의1토막 나서 가게 문을 닫아버릴까 하다가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보려고 왔는데 1~2주 안에 안된다고 하니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옆 건물에 위치한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상담을 받고 나오던 최자영(52ㆍ여ㆍ가명)씨는 "은행에서 서류 접수까지 다 해준다고 하기에 찾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12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최씨는 "하루에 점심 손님 몇 팀 받는 게 전부"라며 "어떻게든 빨리 돈 좀 빌려달라고 사정을 해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푸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나날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날 기자가 찾아간 서울신용보증재단 및 주변 은행 영업점에는 박씨와 최씨처럼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하루 하루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이달 들어 하루 평균 약 1700건의 유선ㆍ현장 상담이 이곳으로 접수되고 있다. 1200여건이었던 지난달에 대비해 40% 넘게 늘었다. 은행들이 맡은 위탁업무는 지금까지 1만3500여건이다. 전국적으로는 2만4200여건의 업무를 은행이 거들었다. 금융당국과 중소벤처기업부가 은행의 위탁업무 범위를 대폭 확대한 결과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피해와 관련한 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대출수요 가운데 90% 가까이는 신용보증재단 등의 보증부 대출에 몰려있다.
신용보증재단은 소상공인들의 보증줄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이곳에서 발급한 보증서를 이용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된다. 신용보증재단은 가능한 한 심사 업무에만 집중하게 하고 상담, 안내, 서류접수, 현장실사 등 비(非)심사 업무는 은행들에 맡기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 같은 체제가 본격 가동되기 전에 들어온 업무가 어느정도 소화되면 약 2주 만에도 대출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금융당국 등은 기대한다. 관건은 신용보증재단이 심사업무를 얼마나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느냐다.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심사만 끝나면 대출 집행에는 길어야 2~3일 밖에 안 걸린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심사업무도 은행에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관계자는 "보증부 대출 심사를 하려면 신청인의 대출 및 상환 이력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정책금융기관들과의 전산교류가 필요하다"면서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원활하게 가동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리는 것으로 파악돼 이 방안은 일단 배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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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은 아예 전국 신용보증재단으로 인력을 파견해 비심사 업무를 거들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지난 16일 금융지주 임원 간담회를 열어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정책금융기관 등의 저리자금 대출수요 일부를 시중은행이 흡수할 수 있도록 대출금리 감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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