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민주한국당(민한당)'이라는 이름은 한국 정치사에서 부끄러움의 대상이다. '들러리 정당'이라는 민망한 애칭 때문이다. 1981년 제11대 총선에서 민한당은 지역구 57석을 확보해 원내 제2당의 지위를 획득했다.


여당인 민주정의당(민정당)을 견제할 의석을 확보했지만 국민 기대는 높지 않았다. 신군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무늬만 야당'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한당에 뿌리를 둔 유명 정치인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과거가 알려지는 것을 곤혹스러워한다는 점이다. '위성정당'에 몸담았다는 게 자랑스러울 리 있겠는가.

특정 세력이 위성정당 유혹에 빠지는 이유는 선거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면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정당 논란은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재연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 카드를 꺼내자 더불어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에 눈길을 돌렸다. 민주당은 자체 비례후보를 내지 않을 테니 비례연합정당에 표를 몰아달라는 구상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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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정당 꼼수에 맞선 고육책으로 포장하고 싶겠지만 세상에 '착한 꼼수' '나쁜 꼼수'가 따로 있겠는가. 위성정당이 제21대 총선 선거 판세의 핵심 변수가 돼 버린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순기능에만 몰입하다 역기능을 간과했다. 소수정당의 사표(死票) 문제 해결에 천착한 것까지는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사표 문제가 불거졌다.

제20대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민주당과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에 투표한 유권자는 1400만명이 넘는다. 바뀐 선거제도에 따르면 1400만표는 사실상 사표로 취급될 수 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지역구 예상 의석을 고려할 때 연동형 비례 의석(30석) 배분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거대 정당은 의석 확보를 위한 우회 전략에 몰두할 수밖에 없고 현실도 그렇게 되고 있다. 모두가 페어플레이에 나설 것이란 가정은 현실 정치에는 어울리지 않는 전제이다. 비례대표를 대폭 늘려 소수정당의 운동장을 넓혔다면 '선거제 개혁'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로 이어졌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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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야는 '253개 지역구 유지'라는 기득권 수호 방안을 선택했다. 결국 정치권은 욕망 앞에서 물러섬이 없었고 유권자는 희생양이 돼 버렸다. 불법과 편법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꼼수의 향연'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고약한 상황 아닌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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