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투트랙 위기'…체력 허약한데 '코로나 팬데믹'까지 습격(종합)
실물경제에서 금융 시장까지 타격
전문가들 "코로나19가 위기 방아쇠 당겨"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13일 8%대 급락세로 출발, 장중 1690선이 무너졌다. 이날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분주하게 일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신문 김현정 기자(세종), 김은별 기자, 주상돈 기자(세종), 장세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이른바 '코로나 팬데믹'이 현실화하면서 국내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이미 체력이 떨어진 국내 경제에 글로벌 감염병이라는 외부 충격까지 더해져 상황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간 방역과 내수소비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대응방안을 짜던 정부도 금융시스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13일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서울 컨퍼런스센터 달개비에서 금융시장 민간전문가 간담회를 가지고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과 이에 따른 실물경제에 대한 심각한 영향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금융시스템 부문별 점검과 민간 협력을 통한 시장안정조치 시행 계획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최근 글로벌 주가 및 주요국 국채 금리가 전례 없는 속도로 급락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긴급히 마련된 것으로, 증권사 및 은행 등 금융권 뿐 아니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산업계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특히 이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와 금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민간과 정부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수출도 소비도 '코로나 쇼크'…금융위기·사드사태 수준= 앞서 기재부가 발간한 '경제동향(그린북) 3월호'을 통해서도 정부는 최근 국내 경제활동과 심리가 모두 위축되고,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지표상으로 나타난 소비 및 수출 상황은 처참한 수준이다. 2월 국산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대비 24.6% 급감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발생 이후인 2009년 1월(-24.6%)과 같은 낙폭이다. 소비시장의 바로미터인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도 각각 30.6%, 19.6% 줄었다. 아울러 중국인 관광객수는 동월 대비 76.1% 쪼그라들었는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여파에 69.3% 줄었던 2017년 7월보다도 감소폭이 크다.
수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은 18억3000만달러로 작년 2월 20억8000만달러 대비 11.7% 감소했고,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2월 실적은 65로 전월대비 11포인트, 3월 전망치는 69로 전월대비 8포인트 줄었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역시 96.9로 전월대비 7.3포인트 낮아졌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의 대내외 파급영향과 실물·금융 등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상황전개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범정부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총력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금융+실물경제 위기 방아쇠 당겨=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실물 복합위기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잔치를 벌였고, 빚으로 떠받쳤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경제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실물경기가 위축됐고, 시장이 흔들리면서 이제는 금융충격까지 더해지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 팬데믹 공포가 커진 이달 들어서만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5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조치에도 시장의 공포는 잠재우지 못했고 투자자들은 오히려 현금확보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서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한국이었다는 얘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가 내부적으로 취약했던데다, 코로나19 주요 발병국으로 꼽혔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망가져 있었던 한국의 실물경제에도 코로나19가 기름을 부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비용이 오르며 부실해졌던 실물경제가 코로나19로 추가 타격을 입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산업구조도 문제다. 코로나19가 미국, 유럽까지 번지자 이제는 교역조건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사태가 장기화하면 결국 부채가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는 물론이고 자영업자·중소기업 부채 상환율이 뚝 떨어지면서 금융기관과 대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95.0%다. 실물경제의 두 배 가까운 돈이 기업과 가계 빚으로 쌓여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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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교수는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충격이 있는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급락하고 한국이 고립되며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라며"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글로벌밸류체인(GVC) 영향을 받는 기업들까지 타격이 순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금융시장은 실물시장은 반영하게 되는데, 지금 대규모 파산 등이 우려되면서 실물경제가 크게 망가질 것 같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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