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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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지구촌 분위기가 싸늘하다. 인간(人間) 세상에 봄은 왔건만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체험이 일상화되고 있으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문화한류의 열풍은 코로나19의 냉기를 잠시라도 잊게 해 준다. 코로나19가 국내로 침투하기 시작한 2월 초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최고의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역사 최초로 작품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이라는 4관왕을 달성했다. 작품상은 비영어권 언어로 제작된 영화를 통틀어 최초이고, 각본상 역시 아시아계 작가로는 처음이라 하니 가히 전대미문의 위업이다. 확진자가 폭증하던 2월 하순에는 방탄소년단(BTS)의 4집 앨범이 발매 직후 곧바로 세계 5대 음악시장을 제패했다. 미국 빌보드 200은 물론이고 영국 오피셜 차트, 일본 오리콘 차트뿐만 아니라 프랑스ㆍ독일에서도 각각 1위를 석권했다. 코리아포비아로 위축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고양시켜 주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민족의 문화예술적 소양은 유구하다. 중국 역사서인 삼국지의 위지동이전(魏志東夷傳)에서는 고구려의 풍속에 대해 백성들이 가무를 즐긴다고 서술하고 있고,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유물인 주령구(酒令具)에는 '금성작무(禁聲作舞ㆍ노래나 반주 없이 춤추기)' '임의청가(任意請歌ㆍ마음대로 노래 청하기)'라는 내용이 있다. 노래와 춤을 즐기는 여흥의 문화는 고대로부터 전래된 우리 민족의 DN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이러한 문화한류의 영역에서도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세금이다. 연예인의 전형적 공연소득은 노래, 연기, 춤 등 개인의 인적 활동으로 가득되므로 국내 세법상 인적 용역소득으로 구분되고, 만일 계속적ㆍ반복적 형태라면 사업소득이 된다. 이 소득은 종합소득에 합산하고 외국납부세액이 있다면 이를 반영해 우리나라가 과세하면 되므로 간명하다. 외국 연예인이 국내에서 공연소득을 얻는 경우에는 인적용역소득으로 보아 지급자가 해당 세금을 원천징수하면 된다. 그러나 연예인이 연예기획사 소속 직원으로서 해외에서 공연활동을 수행하거나 그 공연활동이 영상물로 제작되어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판매된다면 상대적으로 복잡한 과세문제가 수반된다.


그간 연예인들의 해외공연 소득에 대해서는 특정 국가의 연예인이 단기간에 다른 국가들을 순회하며 수입을 얻는다는 특성으로 어느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 조세조약 제17조는 원칙적으로 연예ㆍ공연 활동이 이루어지는 국가에서 과세권을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세조약을 체결하면서 대부분 위 모델조세조약에 따라 각국과의 과세권을 배분하고 있다. 즉, BTS가 영국 윔블던에서 공연을 한다면 원칙적으로 그 공연소득에 대해서는 영국의 과세권이 미치는 것이다. 관련하여 흥미로운 이슈가 이른바 '연예법인(Star Company)'의 과세 문제이다. 마이클 잭슨은 1996년 말 본인이 속한 '히스토릭 투어스'라는 법인의 명의로 서울 콘서트를 개최했다. 그런데 한미 조세조약은 미국 법인이 제공하는 인적용역은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으면 과세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 연예법인에 대한 별도 예외를 두고 있지 않다. 히스토릭 투어스는 미국법인으로 우리나라에는 지점을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마이클 잭슨이 얻은 소득 16억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과세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와 같은 연예법인을 통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 OECD 모델조세조약은 활동지국에서 과세가 가능하다는 특칙을 두고 있으나, 여전히 미국이 세계 각국과 체결한 조세조약에는 연예법인 조항이 도입되어 있지 않다. 오늘날에도 다수의 연예법인들이 미국에 본점을 두고 설립되는 이유이다.

최근에는 인적 용역을 공급하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BTS가 런던 윔블던에서 직접 공연을 한다면 그 용역이 수행된 장소는 영국임에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BTS가 서울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방송의 형태로 영국에 송출한다면 판단이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예술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한다면 그 수행지는 우리나라일 것이나,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협연을 하면서 실황중계를 통하여 우리나라 영화관에서 이를 상영하는 경우는 더욱 문제가 복잡해질 것이다. 실제 사례로, 미국인이 멕시코에 방송국을 세워 국경 인근의 미국 주민과 미국 여행자를 대상으로 방송을 한 사안에서, 오랜 논쟁 끝에 미국 연방항소법원은 용역의 수행지를 멕시코로 본 바 있다.


영상물이 거래되는 영화산업에서도 여러 조세 이슈가 제기된다. 대표적으로 영화 수입시의 로열티 관세 이슈가 있다. 필름(HS 3706) 형태로 반입되는 영상물은 필름 길이에 따라 부과되는 종량세의 관세에 더하여, 추후 수입금액에 따라 지급하는 영화저작권의 사용대가가 권리사용료로서 관세과세가격을 구성한다. 반면, 유체물의 형태를 띠지 않은 영화 저작권에는 관세가 붙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거와 같이 필름 형태로 영화가 반입되는 경우는 드물고, 소프트웨어를 전자적 방법으로 전달하는 '온라인형 거래'가 주종을 이루어 과세 공백의 발생 여지가 있다. 아직까지는 1998년 WTO 각료선언에 의해 온라인형 거래에 대한 관세 부과는 동결되어 있으나 디지털과세 등 전 세계적 흐름에 비추어 변경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국내영화 배급사가 부담하는 광고선전비는 관세법상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 포함되는 간접적인 지급액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기념비적 결과물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정진해 온 문화예술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제적 문화예술 교류의 증진을 위해 국내 세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정비하면서 문화ㆍ예술산업에 대한 지원책도 궁구해야 한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문화ㆍ예술단체가 직격탄을 맡고 있어 그 세제지원의 필요성은 절박하다. 기업의 복리후생비 손금산입 범위에 문화예술활동비를 추가해야 한다는 주장, 근로자의 복지증진을 위한 시설에 문화예술시설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육훈련비를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 등이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전문예술법인ㆍ단체의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의 손금산입특례를 적용하거나, 문화예술기업의 취득세 중과세 배제 및 지식기반산업에의 포함 등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나 법인의 문화예술단체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세제지원과 세제정비는 문화한류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되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래 먹거리를 가져다 줄 것이다. 문화한류의 춘풍화기(春風和氣)로 코로나19의 냉기를 극복하고 한류 DNA의 성공적 해외이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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