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은 듯’ 깨지고 휘어지고…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일대 아수라장
[아시아경제(서산) 정일웅 기자] “7~8㎞ 떨어진 곳에서도 진동을 느껴 잠에서 깼어요. 이게 무슨 일이래요…” A(60)씨가 탄식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A씨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 화곡리 소재 자가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 3시경 잠에서 깼다. 지진이 난 듯한 진동과 바닥으로 와르르 쏟아지듯 떨어진 생활 집기류가 잠을 깨운 것이다.
A씨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긴급 재난문자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문자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내 폭발 화재 소식과 함께 주민들의 안전을 당부하는 내용으로 서산시가 보낸 것이었다.
A씨는 “시가 보낸 문자를 보고서야 상황이 파악됐다”며 “집(화곡리)과 폭발 화재 현장 간의 거리가 제법 떨어져 있는데 ‘이정도’면 피해가 상당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다. 화물차 운수업 종사자인 A씨는 오전 8시를 즈음해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 공터로 이동해 밤사이 주차해 뒀던 자신의 15t 트럭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견고한 차량 전면 유리가 깨지고 내부 천정 조명등 덮개가 운전석 의자 위로 힘없이 내동댕이쳐진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다.
A씨는 “주변에 트럭이며 지게차며 온전한 것을 찾기가 되레 어려웠다”며 “집에서 느낀 충격파가 대산공장 앞에선 더 컸을 것이다. 예상은 했지만 설마 이럴 줄은 몰랐다”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2003년 서산에 온 이후 롯데케미칼에서 1~2차례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이번처럼 참혹했던 적은 처음이다”며 “마치 누군가 대산공장 일대를 폭격이라도 하고 지나간 것 같다”고 어이없는 웃음을 보였다.
실제 대산공장 일대는 깨진 유리창과 유리 파편을 치우는 주민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또 건물 식당가 출입문을 지탱해 온 철강소재의 뼈대가 힘없이 휘어지거나 부러진 것도 여기저기서 확인됐다. 새벽 폭발 화재 당시에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 주민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케 하는 광경이었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정문을 기준으로 반경 1㎞ 안팎에선 온전한 건물을 찾는 게 오히려 더 힘들었다. 대산공장 정문 맞은편 건축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B(54) 씨는 “(폭발 화재 이후) 집에서 나올 때도 어느 정도의 피해는 예상했다”면서도 “하지만 길가를 따라 눈에 띄는 부서지고 깨진 상가 건물들을 보면서는 마치 꿈을 꾸는 듯 와닿지 않았다”고 허탈해 했다.
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C(56) 씨는 “영업 자체가 안된다”며 “이 상태에선 당분간 식당 안팎을 정리하는 데만 시간을 쏟아야 할 것 같은데 이 피해를 누가 다 책임지겠나.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이 서둘러 인근 상인, 주민피해를 파악하고 (보상)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웠다.
한편 충남도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 따르면 폭발 화재는 4일 오전 3시경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내 납사(나프타) 분해공장 컴프레셔 하우스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재 당시 현장에선 큰 굉음과 함께 불기둥이 솟아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대응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270여명과 소방차 등 장비 66대를 출동시켜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인 오전 5시 11분경 큰 불을 잡은 후 오전 9시경 화재를 완전 진화했다.
이번 화재로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3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중 2명은 중상(화상)을 입어 천안 소재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 33명의 부상자는 경상을 입어 서산 중앙병원 등으로 분산 이송됐다.
서산시는 현재 금강유역환경청, 서산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 등 유관기관과 피해·환경오염 등을 조사하는 중이다. 또 대산읍사무소에 피해 상황실을 운영하며 인적·물적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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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측은 현재 대산공장 내 10개 시설 중 7개 시설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며 재가동 일정은 납사 분해센터 정비 상황에 맞춰 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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