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는다면서… 개발 옥죄고 공급 엇박자
정부, 수도권 30만 · 서울 4만 가구 등 주택 공급 확대 가속도
하지만 대부분 소형 · 임대주택 위주… 시장 안정 위해서는 중형 공급 필요
재개발 규제 강화도 불안 자극‥ 서울 물량 실제로는 내년 반토막
과도한 규제 풀어 공급 늘려야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집값 안정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르면 올해부터 수도권에 30만 가구 공급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지만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중산층 주택보다는 소형 주택과 임대주택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서울의 핵심 주택 공급원인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해서는 규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4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수도권 30만 가구 공급 절차를 앞당기고 서울 도심 공급 4만 가구 역시 조기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속적인 공급 확대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 물량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급 방안을 들여다 보면 독신이나 신혼부부 등 1~2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택 공급에 정책의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역시 청년ㆍ대학생이나 신혼부부를 위한 역세권 청년주택의 공급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히 민간 부문의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목표로 한 공공지원민간임대는 역세권 청년주택의 경우 차량이 없어야 하는 등 입주자격을 지나치게 제한해 30대 중산층의 수요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소형ㆍ임대 위주 공급이 주거 복지 차원에서 본다면 적절한 정책이지만 시장 안정 효과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함 랩장은 "다인 가구가 많이 줄고 1~2인 가구가 늘고 있는 만큼 공공임대나 공공지원민간임대를 통한 소형 주택을 공급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면서도 "결국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중산층이나 다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전용면적 60~84㎡대의 중형 아파트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임대 확대 역시 여의치 않다고 보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린다고는 하지만 사업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임대 부문의 수급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간임대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 다주택자들이 민간임대사업자이기도 하다"며 "고강도 규제를 행하면서 시장에 물량이 많이 나오길 바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ㆍ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월 '서울시가 재개발ㆍ재건축을 억제해 집값이 폭등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공급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물량을 늘리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온 만큼 지금의 문제는 공급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2014~2019년 사이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는 연평균 3만6000가구 수준이다. 올해부터 2025년까지 6년 간 연평균 4만90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되는 만큼 공급 부족은 없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업계의 분석은 전혀 다르다. 4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4만1893가구, 올해 4만840가구로 4만 가구 수준을 유지해오던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내년부터 반 토막이 난다. 내년 입주 예정 가구 수는 2만2404가구로 2022년에는 1만2866가구로 더 줄어든다. 정부의 규제로 서울 내 정비사업 진행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오히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심 교수는 이에 대해 "공급 예정 물량이 실제로 따졌을 때 적다"며 "경기는 3기 신도시나 택지 개발을 통한 공급이 가능한데 비해 서울은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지 않는 한 택지가 없는 만큼 재건축ㆍ재개발에 대한 과도한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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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공급 문제와 부동산 시장 안정은 다른 문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서울의 주택 시장 불안은 공급이 아닌 투기적 가수요의 문제"라며 "최근의 서울 집값 하락은 공급 확대로 인한 것이어야 할텐데 지금 공급이 늘어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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