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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대병원 르포] 당혹·침울·분통…"드디어 터질게 터졌다"

최종수정 2020.01.17 22:18 기사입력 2020.01.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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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센터로 불거진 갈등...수원 아주대병원 가보니

1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내 위치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사진=조현의 기자

1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내 위치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사진=조현의 기자



[아시아경제 조현의 기자] 1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내 위치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는 이른 오전부터 환자를 찾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교수)과 아주대병원 간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이지만, 센터는 생사를 넘나드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통행 제한 구역인 환자치료구역의 출입문 옆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선 이 교수의 활약상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북한 말씨를 쓰는 한 보호자는 자신의 남편에게 "저 선생님이 총 맞은 귀순 병사를 살린 사람"이라며 귀띔을 해줬다.


센터에서 만난 의료진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대한 말을 아꼈다. 대부분 이 교수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의료진 A씨는 "연일 언론에서 우리 센터에 대해 보도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1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내 위치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의 진료시간표. 사진=조현의 기자

1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내 위치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의 진료시간표. 사진=조현의 기자



◆"이국종 심정 이해" vs "일 시끄럽게 만들어"=센터 옆 병원 본관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지하 1층 편의시설에서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저마다 씁쓸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의료진 B씨는 "같은 병원의 일원으로서 유희석 원장이 이국종 교수에게 욕설을 퍼부은 데 대해 회의감이 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수년 전 일이라도 유 원장이 이 센터장에게 사과하는 게 맞다"며 "갑질 논란까지 일고 있는데 갑갑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회는 이날 공개적으로 유 원장의 즉각적인 사퇴와 교수 전체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아주대 교수회는 병원 의료진 등에게 보낸 성명에서 "언어폭력은 사건의 동기나 그 이면의 갈등과 상관없이 누구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병원 내부에선 대체로 교수회의 입장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일부 교수들은 "나도 유 원장에게 욕설을 들은 적 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교수가 외상센터 인력 증원 예산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갈등을 드러낸 것이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의료진 D씨는 "이 교수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작심 발언을 한 것을 보면서 상당히 놀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 파문의 근원으로 정부의 책임 전가를 꼬집는 목소리도 나왔다. 영리 목적의 사립병원에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권역외상센터의 운영 책임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의료진 E씨는 "문제는 정부가 권역외상센터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사립병원에 맡겼다는 점"이라며 "영리 목적의 병원에선 내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내 위치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사진=조현의 기자

16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내 위치한 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 사진=조현의 기자



◆"이참에 외상센터 관리체계 손 봐야" 한목소리=환자를 살릴 때마다 '손해'인 권역외상센터의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의료진 F씨는 "이번 갈등의 원인은 결국 돈"이라며 "당초 외상센터 지원을 위한 예산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것도 문제지만 정부에서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감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역외상센터는 공공의료기관이 맡아 운영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8년 복지부의 의뢰로 진행한 '권역외상센터 손익현황 분석'에 따르면 아주대병원과 부산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3곳의 센터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환자 1인당 평균 145만8784원의 손해를 보고 있었다. 손익률로 따지면 -21.2%였다. 국고 보조금을 반영해도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다. 정부는 이같은 논란 속에 손익 계산서를 다시 따져보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추가 지원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느 정도인지 따져볼 계획"이라고 했다.




조현의 기자 hone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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