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견제 위해 외국인 투자 '안보 심의' 강화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다음 달부터 외국인이 미국에 투자하는 절차가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미국정부가 2월부터 외국인이 미국 내 부동산과 기업에 투자할 경우 안보 관련 심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상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자본이 인수합병(M&A)이나 부동산 매입 등을 통해 미국의 기술이나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처다.
미 재무부는 13일(현지시간) 외국인투자위험조사현대화법(FIRRMA) 발효를 앞두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규정 2건을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사업에 투자하기 전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안보 전문가로부터 심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을 강화하고, 부동산 거래에 대한 심의 규정이 추가된 게 주요 골자다. 2018년 8월 의회에서 통과한 FIRRMA법이 2월 발효됨에 따라 취해진 조치로, 다음 달 13일 본격 시행된다.
규정에 따르면 심의 대상은 미국의 민감 개인정보나 기술정보를 다루는 산업이 광범위하게 포함됐다. 통신, 에너지, 대중교통 산업을 비롯해 주요 인프라 사업과 건강, 바이오, 지리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업체 등이 대상이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공항, 항구, 특정 군사 시설 인근 부동산 거래가 심의 대상이다. 다만 일반 주택 등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이번 규제가 우리 국가 안보를 강화하고 투자 검토 절차를 현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규정은 중국을 의식해 나온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규정에 '중국'이라는 국가명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2018년 의회에서 해당 법이 통과될 당시 중국에 대한 안보 기술 유출이 심각히 고려된 바 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날도 영국의 5G 이동통신망 서버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며 매슈 포틴저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직접 런던으로 가 영국 정부를 압박했다. 최근에는 미 내무부가 스파이용으로 도용될 수 있다면서 중국산 드론 사용을 중지하기도 했다.
미 재무부는 이번 규정에서 '파이브 아이즈' 가운데 호주, 캐나다, 영국 등은 제외키로 했다. CFIUS는 이들 세 국가가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미국과 방위산업기지 통합 메커니즘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파이브 아이즈 중 뉴질랜드만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 재무부는 면제 국가들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제외 조치는 2년간 적용될 예정이며, 대상은 추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조치가 상시화되면 중국 외에 다른 국가의 대(對)미국 투자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FIUS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CFIUS로부터 안보 관련 심의를 받았던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대거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에만 조사 기업의 14%가 미국 투자를 하지 않기로 했으며 2018년에도 11%가 대미 투자를 포기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전에는 4~5%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급등한 것이다. CFIUS는 FIRRMA법이 통과되기 전인 2016~2017년 미국의 민감 기술에 대한 투자가 가장 많았던 국가가 중국이었으며 뒤이어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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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의식한 듯 미 재무부는 이번 규정 발표 시 공개한 질의응답(Q&A) 자료에서 "미국은 외국인 투자를 환영하며 세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가장 열려있는 국가 중 하나"라면서 이번 규정이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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