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도 플라스틱이잖아요" 대형마트 장바구니 대여 시민들 '분통'
대형마트, 지난 1일부터 포장용 테이프·끈 제공 중단
일부 마트서 장바구니·플라스틱 상자 대여 서비스 제공
시민들 "플라스틱 사용 오히려 부추기는 것" 지적
자원순환사회연대 "근본적 감량 대책 마련해야"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플라스틱 없앤다면서, 플라스틱 장바구니 내놓는 건 모순 아닌가요?"
10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서 만난 40대 A 씨는 마트에서 장바구니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A 씨는 "지난주에 장을 보러 왔다가 박스를 이용해봤는데, 무거운 물건을 아래쪽에 담았더니 겹친 부분이 고정되지 않더라. 박스를 들어 올리자마자 다 쏟아졌다"면서 "그래서 오늘은 집에 있던 장바구니를 가져왔다. 트렁크에도 여분 장바구니를 가져다 뒀다"고 밝혔다.
그는 "계산대에서 기다리면서 보니 나 말고도 종이박스 사용에 불편을 느낀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다. 다들 마트에서 대형 장바구니를 대여하더라"라며 "이제 비닐 재질의 저 장바구니를 어떻게 처리할지 굉장히 궁금하다. 플라스틱 사용 줄인다고 말하면서 행동으로는 플라스틱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일부터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 제공이 중단됐다. 당초 종이상자까지 없애기로 했으나 종이상자가 재활용이 가능하며 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종이상자는 그대로 제공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종이상자 아랫부분을 겹쳐 접어 이용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무거운 물건을 넣을 경우 박스가 받쳐주지 못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불만에 일부 마트서는 다회용 장바구니 및 상자를 판매·대여하고 나섰다. 소비자들은 3~4000원가량의 보증금을 낸 뒤 대형 장바구니를 대여할 수 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형마트 자율 포장 박스 금지로 나온 대체 서비스"라는 제목의 글이 확산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 따르면 한 대형마트에는 '플라스틱 재질의 상자를 대여한다'는 내용이 담긴 안내문이 붙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집마다 저 박스를 몇 개씩 가지게 되겠네", "박스테이프를 종이로 바꾸면 해결되는 것 아니었나. 저게 더 환경 오염을 부를 것 같다" 등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B(29) 씨는 "대형 마트에서 500원에 대여해주는 장바구니도 집에 여러 개가 쌓여있다"면서 "결국 장바구니나 상자를 소비자에게 대여 또는 판매한다고 했을 때, 한 개를 여러 번 이용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이 여러 개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끈과 테이프를 없애고 플라스틱 장바구니가 들어앉은 꼴 아닌가"라며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게 과연 환경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에코백이나 텀블러 등 다회용기가 과다 생산되면서 환경 오염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덴마크 환경보호국은 면 재질 에코백이 최소 7100번 이상 사용되어야 비닐봉투를 사용했을 때보다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특히 유기농 면 소재의 경우에는 2만 번 이상 재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지난해 미국 라이프 사이클 에너지 분석 기관(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의 발표에 따르면 세라믹 재질 텀블러는 39번 이상 사용했을 때 환경 오염을 줄이는 효과를 낸다. 플라스틱 소재와 유리 소재는 각각 최소 17회, 15회 이상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일회용품 대체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대 측은 지난해 11월 논평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와 대체재 개발 등 종합적인 계획을 통해 일회용품의 사용량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일회용품 사용 금지도 중요하지만 대체재의 지속적인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플라스틱 폐기물의 감량을 위해 친환경 소재의 재질로 대체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친환경 소재 또한 일회용품일 뿐, 근본적인 감량대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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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해 12월 한국환경회의와 함께 낸 성명을 통해서는 "빈 박스를 사용함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원천 감량한다는 것은 충분히 조사하지 않은 채 나온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며 "장바구니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고, 장바구니를 안 가져왔을 때마다 장바구니를 구매한다면 집집마다 플라스틱 장바구니가 넘쳐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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