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는 공급 확대했지만
文정부는 시장 규제 일변도
재건축 규제·보유세 강화 등
수요 억제만으론 집값 못잡아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17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고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 시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 구매 시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17일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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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15년 만에 부활시켰다. 7일 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하면서 벌써부터 시장은 정부가 내놓을 추가 대책에 술렁이고 있다. 2005년 참여정부 당시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키겠다.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오버랩되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쏟아낸 부동산 대책은 무려 18차례에 이른다. 특히 15억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전면 금지 등을 담은 지난해 12ㆍ16 대책 이후에는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세가 둔화되며 시장이 조정장세로 접어든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언급한 것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대대적 추가 규제를 시사하고 나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 행보가 오히려 참여정부 당시보다 반(反) 시장적 규제 일변도의 수요 억제책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가 재건축 초과이득 환수제,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 규제를 내놨지만 공급 부족을 불렀고, 다주택자 세금 중과는 '똘똘한 한 채'라는 유행을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참여정부 중반까지 부동산 대책은 재건축 규제, 보유ㆍ거래세 강화, 청약제도 개편,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에 집중됐었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 내놓은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대부분 당시 대책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2006년을 기점으로 '수요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전환했다. 바로 판교ㆍ위례 등 강남권 수요를 흡수할 대규모 2기 신도시 건설이다. 당시 정통 관료 출신인 추병직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 전직 관료는 이 같은 정책 전환에 대해 "당시 정부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근본적 공급 확대 없이는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말했다.

반면 현 정부는 여전히 규제를 통한 수요 억제라는 반쪽 대책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 추가 규제책으로 거론되고 있는 대책들 역시 채권 입찰제, 주택거래 허가제, 전매제한 강화, 재건축 가능 연한 강화 등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투기' 탓으로 돌리는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수년간 증시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부동산에 계속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지난해 말 기준 코스피지수는 2197로, 2012년 말(1997)과 비교하면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자본시장에 자금유입 증가가 거의 없었다는 의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등 이른바 '강남4구'의 아파트 가격지수는 37%나 뛰었다. 시중의 자금이 부동산에 지속적으로 유입되며 '투기' 수준으로 치달은 것도 근본적으로는 불투명한 경기 전망에 따른 자금 도피의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강남 지역 집값 상승세는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 당시보다 더 가팔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참여정부 5년 동안 강남 집값은 3.3㎡당 2257만원이 올랐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아직 임기 반환점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2년4개월간 2034만원이나 뛰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 적극적 공급 확대책을 폈던 이명박 정부 당시 집값이 3.3㎡당 632만원 하락한 것과도 대비된다. 두 정권 모두 '규제의 역설'만을 초래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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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의 규제를 통해 학습효과가 커진 현 상황에서 시장이 정부가 희망대로 반응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기수요를 잡겠다며 임대사업자에게 준 대출ㆍ세금 혜택은 갭투자 활황과 매물 실종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며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 하면 할수록 시장이 반대로 움직인 결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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