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반대하냐" 공수처 표결 후폭풍…'문자폭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수처 법안 기권·반대표 행사 의원들 '문자 폭탄'
민주사회 적극적 의견 개진…의정 활동 방해 갑론을박
전문가 "과도한 의견 표현…국정운영 방해 요소"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찬·반 표결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권표를 행사했지만 '친문'(親文·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및 페이스북(SNS) 등을 통해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또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친문 세력'으로부터 전화·문자폭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렇다 보니 정당한 의정 활동을 극성 지지자들이 사실상 방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분석전문가는 일부에서 행하는 과도한 의견 개진은 의정활동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공수처 설치법 수정안을 재석 177명 가운데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결시켰다.
이날 금 의원은 기권표를 행사했다. 공수처 신설 법안을 둘러싼 금 의원 행보는 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됐다.
홍익표 수석 대변인은 본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나 "당론인데 (금 의원의) 기권표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스럽다"며 강하게 유감을 드러냈다. 기권표 논란에 대해서는 "그에 대해 당 지도부에서 검토한 후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들 특히 '친문 세력'은 금 의원 페이스북 계정을 찾아가 거세게 항의했다. 지지자들은 "당론을 따르지 않는 의원은 필요 없다"면서 사실상 의원 제명을 촉구했다. 또 다른 지지자들은 그의 이력을 거론하며 "검사 출신이라 팔이 안으로 굽는다. 이래서 검찰 개혁이 더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결 직후 다음날인 지난달 31일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금 의원의 기권 선택이 '해당 행위'라며 비판하는 글이 300여 개 올라왔다.
일부 당원들은 "이념이 맞는 당으로 떠나세요. 더는 물 흐리지 말고. 민주당은 절대 이런 회색분자한테 공천해 주지 마세요. 역풍 맞습니다"라고 적었다. 또 "끝까지 검찰의 편에 발을 두어야 하는 자가 무슨 국민의 대변인이고 당의 일원이냐"라는 글도 게재됐다.
김동철 의원도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어제부터 이 시간까지 저는 어떤 전화나 문자를 받지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며 "민주당의 공수처법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친문 홍위병'들의 전화·문자폭탄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제게 전화·문자폭탄을 퍼붓는 이런 행태는 내편 네편으로 갈라서 내편은 절대선이고 네편은 절대악으로 보는 '선악의 이분법'이자 '내선네악'이 아닐 수 없다"며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자칭 '진보'라는 사람들이 전화문자폭탄으로 상대를 굴복시키겠다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문자폭탄이 '경쟁을 흥미롭게 하는 양념같은 것'이라고 했다"며 "그러니 친문 홍위병들이 아무런 죄의식없이 버젓이 전화·문자폭탄을 보내는 게 아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두고 문자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제는 비난·비판할 것 없이 의견 개진이 너무 과하다는 데 있다.
지난 2017년 6월 안경환 당시 법무장관 후보자의 판결문을 공개한 주광덕 한국당 의원은 자신을 향한 비판 문자가 평소의 100배 들어왔다고 기자회견을 열어 토로했다.
주 의원은 "정당한 의정 활동의 일환으로 안 후보자 관련 판결문을 요청한 것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판결문을 제출받았다"며 "일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악의적인 정치공세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자 폭탄'을 둘러싼 의원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2017년 6월 당시 국민의당 소속 이언주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자유라는 것이 있으면 또 그 자유의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라며 "조직적으로 문자 폭탄을 보내서 괴롭혀서 압박을 넣자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시 민주당 손혜원 무소속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정치인을 질책하는 문자들을 한꺼번에 폭탄으로 규정하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노출해서 얘기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할 만한 일은 아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도 차이가 있다. 평소 정치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는 40대 초반 직장인 A 씨는 "지지자에 앞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유권자다. 유권자가 의원들의 의정 활동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 표를 의식한 공수표 공약은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30대 중반 직장인 B 씨는 "사실상 스팸 메시지 수준 아닌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무차별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과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일부에서는 이를 조직적으로 하고 있다. 분명한 의정 활동 방해다"라고 비판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전문가는 과도한 의견 개진은 국정운영에 방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전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 국민 여론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근래 와서 특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자기하고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과도하게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있고, 또 일부에서는 조직화하는 일도 있다"면서 "이는 오히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인 국정운영에 방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