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경고'가 절판 미끼된 무해지환급형 보험
당국 '소비자 주의' 내놓자
"보험료 싼 상품 지급 가입해야"
부적절한 마케팅 기승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29살 직장인 최모씨는 30살까지는 어린이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설계사와 상담을 하다가 그자리에서 바로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이 조만간 무해지환급형 보험 판매를 중단한다면서 보험료가 싼 상품에 가입하려면 지금밖에 없다는 설계사의 말 때문이었다. 그는 "해지환급금이 없다고는 하지만 무해지형 보험 판매가 중단되면 보험료를 더 내는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는 설명에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던 무ㆍ저해지환급형 보험이 '없어지기 전에 가입해야 한다'는 절판 마케팅에 활용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당국 눈치에 보험사들이 판매를 중지하거나 출시를 미루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이 최근 무해지환급형 종신보험 출시를 잠정 중단했으며, 메리츠화재도 지난달 중순부터 어린이보험의 무해지환급형 상품의 판매를 중지했다.
몇몇 대형 보험사들도 무해지환급 보험 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무해지환급형 보험을 바라보는 당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만큼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저해지 또는 무해지환급형 보험은 표준형 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20~30% 저렴하지만, 납입 기간 도중에 해지하면 환급금이 적거나 없다. 보험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향후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무해지환급형 보험은 불경기에 저렴한 보험료를 원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일부 설계사들이 납입기간 이후 높은 환급률을 강조하거나 목돈 마련 목적의 상품처럼 안내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지적을 받은 직후 곧바로 소비자 경보 '주의' 조치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은 보험개발원, 생명ㆍ손해보험사 등이 참여하는 무해지환급형 보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상품구조 개선 추진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일부 법인대리점(GA) 등에서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무해지환급형 보험을 적극적으로 판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설계사는 "언제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보험사 어느 한 곳이라도 판매를 중단하거나 상품이 변경된다면 타 보험사들도 따라서 변경될 확률이 높다"면서 "보장조건이 좋은 현시점에 가입을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좋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무해지환급형 보험이 점차 계륵이 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이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유지할 경우 더 많은 책임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부채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상품구조를 바꾼다고 하면 현재 무해지환급형 보험을 어떤 식으로든 손봐야 하는데 결국 보장금액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면서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은 판매 중단 전에 가입을 서두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