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8차 사건' 이춘재 범행 정황 수두룩…시신서 범행수법 나와
13세 박 모 양 성폭행 살해 '8차 사건'
이춘재, 박 양 방 구조 그림 그리며 진술
박 양 부검 결과 목졸림 등 '화성 사건' 범행 수법 정황
범인 지목 20년간 억울한 옥살이 윤 씨 재심 준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화성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을 자신이 자백했다고 진술한 가운데, 이 사건을 사실상 이춘재가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관련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현 화성시 진안동)의 한 가정집에서 박 모(13) 양이 잠을 자다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을 말한다. 범인으로 지목돼 20년간 억울한 수감 생활을 한 윤모(52) 씨는 현재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건을 사실상 이춘재가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은 크게 △피해자 박 양 집, 방 구조에 대한 이춘재의 상세한 진술 △다리가 불편한 윤 씨의 박 양 방, 침입 과정 논란 △특히 박 양 시신에서 이춘재 범행 수법으로 보이는 교살 흔적 등이다.
먼저 이춘재는 박 양 집과 방 구조에 대해 상세히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현장검증은 이듬해 8월 진행됐는데 이 사진은 경기 오산경찰서 문서고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관련해 박 양 방 현장검증 사진 내용과, 이춘재 진술 내용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화성 사건 특별수사본부'는 지난달 10일 "이춘재가 (8차 사건과 관련해) 의미 있는 진술을 했다. 범인만이 알 수 있는 그런 부분도 있다"며 "8차 사건 관련 면담 과정에서 이춘재의 진술은 번복 없이 일관되고 있다"고 밝혔다.
'범인만이 알 수 있는 진술'은 피해자 신체적 특징과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재는 사건 발생 장소인 박 양의 방 구조를 펜으로 그려가며 설명했는데 방 크기를 '2평 정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 10월 선고된 윤 씨의 1심 판결문을 보면 박 양의 방 크기는 약 8m²(약 2.4평)로 돼 있다.
특히 이춘재는 박 양의 특정 신체 부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해 1988년 9월17일 진행된 박 양 부검 결과에 따르면 시신에서는 이춘재 범행 수법이 보인다.
박 양 목 부위에는 멍 자국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누군가 목을 눌러 살해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할 수 있다.
종합하면 박 양은 누군가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목 졸림(교살)을 당해 살해당했는데, 이는 스타킹이나 양말 등 피해자의 옷가지를 이용해 교살하거나 손으로 목을 졸라 살해하는 이춘재 범행수법과 일치한다.
다음은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윤 씨가 과연 어떻게 박 양 방 안으로 침입할 수 있느냐다. 경찰 문서고에서는 범인으로 지목된 윤 씨가 어색한 자세로 방에 들어가는 사진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이하게도 피해자의 방문 바로 앞에는 좌식 책상과 책꽂이가 있었다. 이렇다 보니 한쪽 다리가 불편한 윤 씨가 조용히 박 양 방에 침입을 할 수 있었겠느냐에 대한 의문이 쏠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다리가 불편한 윤 씨가 책상과 책꽂이를 뛰어넘기에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원래 이 사건은 화성 사건의 모방범죄로 알려졌다. 당시 범인으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진 윤 씨는 1심에서 무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했다"며 항소와 상고를 이어갔지만 2·3심 재판부 모두 윤씨가 범인이라고 지목했다. 윤씨는 복역 중 감형돼 20년 만인 2009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러다 1994년 1월 처제 살인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이춘재의 유전자(DNA)가, 화성 사건 피해자들에게서 나온 범인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DNA와 일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춘재는 피의자로 입건됐다.
화성사건 총 10차 사건 가운데 이춘재의 DNA와 일치하는 사건은 3·4·5·7·9차, 증거물이 없는 사건은 1·6차, 미검출은 8·10차로 확인됐다. 현재 2차 사건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의뢰 중이다.
한편 재심을 준비하는 윤 씨는 총 3차례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3차 조사였던 지난달 30일 윤씨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출석해 8시간가량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윤씨가 검거됐을 당시 진술한 내용과 고문 등 강압수사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씨 재심을 담당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윤 씨와 함께 경찰에 출석, 취재진과 만나 "당시 경찰은 사건 현장의 모습을 10개월 뒤 윤 씨를 검거했을 때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왜곡 내용에 대해서는 "윤 씨의 신체 상황(다리가 불편한 부분) 때문에 사건 현장과 모순이 됨에도 불구, 교묘하게 사후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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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당시 경찰과 지금의 경찰을 동일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찰이 의지를 갖고 수사하려고 하는 만큼 윤씨도 이들을 믿고 조사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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