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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트럼프의 동맹 배신은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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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시리아에서 미국에 가장 중요한 동맹인 쿠르드족을 내팽개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동이 무모하기 이를 데 없다.


시리아 동북부에는 일찍이 미군이 주둔하며 충돌을 막아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6일 갑자기 시리아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고 터키의 쿠르드족 탄압에 눈 감으려는 듯한 뜻까지 밝히면서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은 사실상 묵인되는 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과 관련해 미국 내에서조차 '동지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쿠르드족은 시리아 동북부, 이라크 북부, 이란 서북부, 터키 동남부, 아르메니아 서남부 등지에 주로 흩어져 살고 있다. 전체 수는 3000만~40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한 번도 독립국가를 가져본 적이 없다. 쿠르드족이 '세계 최대의 나라 없는 민족'으로 불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동안 쿠르드족은 각기 소속된 나라의 정부로부터 압박 받으면서도 꾸준히 자치 지역을 넓혀왔다.


그러나 터키에서만큼은 자치 역량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정부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통제 때문이다. 터키 정부는 자국 내 쿠르드족이 이라크나 시리아의 쿠르드족 세력과 손잡고 봉기하지 않을까 우려한다.

쿠르드족은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맞서 싸웠을 뿐 아니라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IS 소탕작전에서만 쿠르드족 병사 1만명 이상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양 열강과 지역 강대국들에 농락당한 쿠르드족의 비극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후인 1920년 연합군과 오스만제국의 합의로 터키 동남부에 쿠르드족 자치구 설립을 약속 받았다. 그러나 3년만에 터키를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논리 아래 쿠르드족 자치구 설립 약속은 무효가 됐다.


2차대전 당시에는 쿠르드족 일부가 연합군 편에 서서 싸웠다는 기록이 확인된다. 쿠르드족은 당시에도 독립국가를 갖지 못해 개인 자격으로 전투에 참여한 것이다.


미국의 쿠르드족 배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은 쿠르드족으로 하여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아래서 무장봉기에 나서도록 부추겼다. 그러나 미국은 후세인 정권 타도까지 이르지 않고 그냥 발을 빼버렸다. 이후 버림 받은 쿠르드족은 잔인한 보복을 당하게 된다.


2011년에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할 때 이라크의 쿠르드족을 저버렸다. 이후 생긴 공백으로 IS가 발호하자 시리아의 쿠르드족이 동원됐다.


쿠르드족을 배신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트럼프 행정부는 부랴부랴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안을 들고 나왔다. 이는 경고 메시지로 터키에 '군사작전 중단'을 압박하기 위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즉각적인 제재 단행이 아닌데다 시행 조건도 불확실해 의문만 키우고 있다.


비극의 방아쇠를 당긴 쪽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군사행동 중단을 확실히 요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쿠르드족에 대한 배신은 IS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신은 중동 주둔 미군 철수라는 선거공약을 우선시한 데서 비롯됐다. 자국 내 정치 상황에 따라 끈끈한 동맹도 쉽게 버릴 수 있는 '미국 제일주의'의 산물이다.


이런 의구심이 든다. 한국도 언제든 버릴 수 있는 동맹은 아닐까.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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