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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비정규직 '화차', 600만→2000만원…그들이 삭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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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비정규직 '화차', 600만→2000만원…그들이 삭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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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2014년에 제대한 A씨는 당장 일자리가 급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집안 형편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구직은 쉽지 않았다. 자신과 부모님의 생활비를 위해 한 저축은행에서 600만원 대출을 받았다. 사회 경험이 없는 그에게 시중은행은 '그림의 떡'이었다. 저금리 시대라고는 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A씨는 연 20% 수준의 이자 부담을 져야 했다.


아무래도 정규직 취업은 어려웠다.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비정규직으로 자동차 부품 회사 생산직 등으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몇 달만에 "그만 나오라"는 말을 듣기가 일쑤였다. 그렇게 취직과 실직을 반복하는 사이에 대출 이자를 제때 못 갚는 경우가 생겼다. 다른 수가 없었다. 다른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돌려막기가 시작됐고 급기야는 대부업체까지 찾아가야 했다. 고금리 대출을 전전하다보니, 600만원으로 시작했던 빚이 순식간에 2000만원을 넘겼다. 20대의 A씨로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다. 2017년에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그나마 다행히 한 전자 부품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200만원 남짓한 월급 중 40만원가량을 매달 성실히 상환해 나갔다. 그러던 중 개인회생 변제 기간 상한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2년을 줄여서 개인회생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법원이 소급 적용은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개인회생 채무자들이 30일 국회 앞에서 삭발식을 갖는다. A씨도 머리를 깎는다. "일자리를 못 구해 빌렸던 돈이 그렇게 눈덩이처럼 부풀 줄 몰랐죠. 회생 중에는 신용등급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습니다. 저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분들이 많고 2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큽니다."


2017년 12월에 3년으로 줄이는 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6월 시행됐다. 지난해 1월에 서울회생법원은 미리 지침을 바꿔 개정법 시행 이전에 접수된 사건도 변제기간 단축을 허용했다. 하지만 한 대부업체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올해 3월 대법원이 '기존 변제기간의 변경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이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소급 적용을 명문화한 채무자회생법 부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상한을 단축한 입법자의 의도는 채무자를 신속하게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회생제도 본연의 목적임을 고려할 때 5년의 변제기간이 채무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단에 있다"면서 "개정법 시행 전후로 채무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형평성의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2004년에 8년이던 변제기간을 5년으로 단축할 때도 일괄 적용한 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국회에 아직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박 의원과 금융소비자 연대회의(금융정의연대, 민생경제연구소,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주빌리은행,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등)는 30일 오후 국회 앞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당사자인 채무자들은 삭발을 한다.


한 채무자는 개인회생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월급 400만원 받아서 지난달 미납분 일부(20만원)와 월 납부액 331만원 입금하니 숨이 턱까지 올라온다"면서 "어떻게든 생활비를 줄여보려고 시골로 자청해 전근왔는데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부칙 개정이 이뤄지리라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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