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홍콩시위와 中70주년 마주한 오성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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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새학년 새학기 시작 하루 전날인 지난 1일, 베이징 초등학교 교사들은 각반 부모들에게 당일 저녁 8시 중국중앙(CC)TV 1채널에서 방영하는 프로그램을 아이와 함께 시청해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개학1교시'로 이름 붙여진 이 프로그램의 주제는 '오성홍기,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였다. 1949년 10월1일 마오쩌둥이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오성홍기가 나부끼는 가운데 신중국 출범을 선언해 지금의 중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위구르족을 포함해 다양한 소수민족 복장을 한 어린이 합창단은 어린이와 학부모들로 구성된 청중들 앞에서 '오성홍기 정말 아름답구나'를 불렀다. 연기자들은 '빼어난 오성홍기' 제목의 짧은 연극도 공연했다. 프로그램 방영 후 베이징사범대 교수들은 "애국심을 자극했고, 시기적절한 시기에 너무 필요했던 프로그램"이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중국 교육부가 새 학기를 맞이한 학생들에게 오성홍기의 의미를 부각시키며 강조한 이날은 공교롭게도 홍콩에서 반(反)정부 시위대들이 시위 도중 오성홍기를 불태운 날이기도 했다. 홍콩 시위대들은 오성홍기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합성해 '차이나치'(Chinazi) 깃발로 만드는가 하면 오성홍기를 불태우며 반중 정서를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홍콩에서는 반중 정서가, 중국 본토 안에서는 애국심이 뜨겁게 타올랐던 새학기 전야였다.


새 학기가 시작된 2일의 모습도 중국 본토와 홍콩은 180도 달랐다. 베이징 초등학교 학생들은 중화인민공화국 70주년을 축하하는 내용이 담긴 그림 숙제를 가지고 등교하며 첫 수업을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다음달 1일 건국7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육부가 각 학교측에 독려한 방학숙제 중 하나였다. 건국70주년 관련 내용과 첨단 과학기술 발전 내용을 주제로 한 그림과 글을 제출하라는 초등학교 방학숙제는 중국 정부가 요즘 어떤 부문에 가장 힘을 주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홍콩의 새학기 시작은 '수업 거부'였다. 2일 오전 홍콩 내 200여개 중고등학교, 1만여명 학생들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동맹휴학을 시작했다. 시위 참여를 위해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은 교복 위에 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상징하는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수백미터 길이의 인간 띠를 형성하며 홍콩과 중국 정부를 향한 저항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 송환법 완전 철폐 ▲ 경찰 강경 진압에 관한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5가지다. 학교에 가야 할 13세 학생은 두 개의 화염병과 라이터를 들고 시위를 하다가 경찰에 붙잡혀 홍콩 시민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중국은 다음달 건국70주년 기념식때 최첨단 무기들이 총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을 열 예정이다. 대내외에 국방력과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한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가 뚜렷한 행사다. 반면 '일국양제'와 '하나의중국' 원칙으로 중국에 묶여 있으면서도 지역내 독립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홍콩,대만에서는 열병식을 위협으로 느낄 것이다. 오성홍기를 바라보는 시각과 신학기를 마주한 태도가 중국 본토 안팎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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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홍콩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직접 개입하든, 한발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든 다음달 열릴 건국70주년이 모든 중국인의 축제가 되기는 힘들듯 하다. 70년의 발전상을 과시하기보다 중요한 것이 중국 내부의 안정과 화합이다. 중국 정부가 시간에 쫓겨 홍콩문제를 강압적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시간을 두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어루만지며 교점을 찾는 해법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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