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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탁상행정" 마트 종이상자 규제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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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촉진…종이상자 규제 검토
시민들 "전형적 탁상행정…장보기 불편" 토로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장본 뒤 물건을 포장할 수 있도록 종이박스가 준비되어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장본 뒤 물건을 포장할 수 있도록 종이박스가 준비되어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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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가연 인턴기자]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A 씨는 "종이상자를 없앤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씨는 "대형마트가 집에서 멀지는 않지만 한번 올 때 마다 식료품을 많이 구매하다보니 차를 타고 오게 된다"면서 "4인 가구의 1·2주 식료품 및 생필품을 어떻게 장바구니에 넣어 가져가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트 측에서 제대로 된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용횟수를 줄이게 될 것 같다"라며 "채소류만 직접 구매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구매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자취생 B 씨는 "혼자 살지만 마트에서 상자를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1인 가구라 생필품 등 살 게 많은 편은 아니다"라면서도 "마트에서 제공하는 장바구니나 종량제 봉투는 작고 약해서 짐이 조금만 커지거나 많아지면 감당이 안되더라"라고 토로했다.

환경부는 29일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4개 대형마트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식'을 맺었다. 이는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장바구니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련됐다.


이날 협약을 맺은 대형마트 4곳은 앞으로 2~3개월간 준비 작업 및 홍보를 거친 뒤 점포에서 종이 상자를 없앨 계획이다. 다만 고객이 원할 경우, 종량제 봉투나 종이 상자를 구입할 수 있다.


시민들은 이와 관련해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는 “뭐 안 해본 사람들이 계속 이런 정책을 만드는데 오히려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 “결국 무상제공이던 박스를 돈 받고 팔겠다는 거 아닌가”, “마트 종이박스 자체가 일종의 재활용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장본 뒤 물건을 포장할 수 있도록 종이박스가 준비되어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서울의 한 대형마트. 장본 뒤 물건을 포장할 수 있도록 종이박스가 준비되어 있다. 사진=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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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누리꾼은 “테이프는 몰라도 박스는 납품될 때 들어온 것 재활용이다”라면서 “이렇게 기존 재활용 없앨거면, 마트 납품할 때도 박스 없이 낱개로 하라고 해봐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현재 모 대학 과 학생회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대학생 C(23) 씨는 “MT나 학생회 단합회를 갈 때, 기차역 앞 마트에 들러 장을 본 뒤 상자에 짐을 담아 가곤 했다”면서 “단체로 며칠 씩 놀러가면 식료품과 주류, 간단한 생활용품 등을 사는데 생각보다 짐이 굉장히 많아진다. 곧 2학기 MT를 떠나야 하는데 이제 어떻게 장본 것들을 들고 가야 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또 마트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는 D(26) 씨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방문한 고객들의 불만을 마트 직원들이 감당하게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마트 내에서 1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이후, 매일같이 고객들의 항의를 들어야 했다”면서 “정책상 불가하다고 설명을 드려도 고객의 입장에서는 당장 불편하니 짜증을 내더라”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마트보다 온라인 쇼핑몰을 더 많이 이용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되면 번거롭게 큰 장바구니를 들고 장보러 가는 대신 집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일회용품에 겹겹이 싸여 배달될 텐데, 진짜 재활용이 잘 될지 생각을 해보고 정책을 내라”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 또한 “종이 박스 없어지면 대형마트에 덜 가고 인터넷 쇼핑을 더 자주하게 되지 않겠냐”면서 “쇼핑몰에서는 헌 박스에 담아줄 수 없으니 새 박스에 담아줄 건데, 마트에서 쓰던 종이박스가 다 헌 박스라는 걸 생각하면 이게 더 자원 낭비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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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장바구니 이용을 강제하면 재사용이 가능한 장바구니가 더 많이 제작되면서 오히려 환경 오염을 촉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소비자들이 장바구니를 챙겨서 마트에 가지 않고, 마트에서 계산할 때마다 장바구니를 구매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장바구니들이 생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텀블러나 에코백의 경우,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사용이 권장됐으나 과다하게 생산되면서 환경 오염을 촉진시키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라이프 사이클 에너지 분석 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라믹 소재와 플라스틱 소재, 유리 소재의 컵은 각각 최소 39회, 17회, 15회 사용해야 일회용 종이컵을 사용했을 때보다 환경 오염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에코백도 마찬가지다. 덴마크 환경보호국이 지난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면 소재의 에코백이 비닐봉투 사용보다 환경 보호의 효과를 보려면 최소 7100번 이상 사용해야 한다. 특히 유기농 면 소재일 경우에는 2만 번 이상 재사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환경부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대형마트 빈 종이상자는 당장 없애는 것이 아니며, 장바구니 대여 시스템을 만들어 일부 마트에서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거쳐 최종 적용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이박스도 제대로 분리 배출되는 경우에 재활용이 잘되나, 과도한 포장용 테이프 사용 등은 재활용을 어렵게 한다"면서 "당장 빈 종이박스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장바구니(대용량 등 여러 size) 대여 시스템을 구축하여, 일부 지역부터 시범사업(홍보 등)을 추진하고 효과와 제기될 수 있는 불편사항, 종이박스를 주워 사는 저소득층에 대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이후 최종 적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가연 인턴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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