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민간분양가상한제 효과없어, 전세가 상승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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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입을 옷과 먹어야 할 음식, 그리고 잠을 잘 집이다.


옷은 디자인이나 소재, 브랜드, 판매처 등에 따라 가격이 다르며 결국 시장에서 결정된다. 싸다고 잘 팔리지도 않으며 비싸다고 안 팔리지도 않는다. 옷의 원가가 판매가격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디자인과 브랜드 등을 감안해 지갑을 열기 때문이다. 옷의 가격에는 향후 재고를 감안하고 시장의 리스크를 감안한 비용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데도 정부는 옷의 가격을 통제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루 세끼 먹는 음식 가격도 맛과 식당 분위기, 수요자의 기호 등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게 형성된다. 하지만 정부는 식당의 음식 가격도 통제하지 않는다.

우리 생활에서 필수재인 주택의 가격도 위치, 자재, 시공사, 금리, 수요자 여건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 다만 주택은 옷이나 음식과 같은 필수재이지만 가격 결정 시스템에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주택은 이동이 곤란하고 가격이 고가다. 수요에 따라 공급하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길다. 따라서 옷이나 음식과는 달리 정부가 공급과 수요에 개입해 지나친 상승 또는 하락을 제어한다.


하지만 주택에 대한 지나친 가격 통제는 시장의 왜곡을 초래한다. 독과점 공급일 때는 가격 통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주택은 독과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양가격 통제라는 지나친 규제를 받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주택 공급을 획일화시키고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초래해 결국은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는 '대한민국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이에 비춰보면 공익을 위해 불특정 다수에게 매매 가격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반헌법적이다. 물론 동법 동조 제2항의 '…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매매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제한한 경우 이것이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서는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책으로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민간 기업이 직접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것에 대해 분양가를 정책적으로 제한하는 분양가상한제 역시 지나치게 민간의 창의를 제한함과 아울러 재산권 보장의 제한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정부가 국가 예산으로 주택을 직접 건설, 분양하면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더라도 민간 시장에서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미래 기대 이익의 제한으로 미분양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손실 보장 차원에서 의무적으로 구입해줘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아파트를 분양하기 위해서는 토지를 구입하고 분양을 계획ㆍ수립할 때 수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토지는 1인이 갖고 있는 경우도 있고 다수가 갖고 있을 수도 있다. 토지 구입 과정에서 땅값이 오를 수 있고 미분양이 항시 도사리고 있으며 분양 후 시공 과정에서도 노임 및 자재 가격 급등 등 예기치 못한 위험에 노출된다. 이렇듯 다양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기대 이익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면 대한민국을 자유시장경제체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분양가상한제는 재고 주택을 매입하기보다는 신규 주택에 수요를 집중시키면서 전세시장의 불안정도 초래한다. 특히 주택 수요 밀집 지역에서의 주택 공급이 줄게 되면서 전세가격을 상승시키게 된다. 전세가격 상승은 시중 자금이 주택시장에 유입되면서 주택가격을 한층 더 높여 서민층의 주택 마련을 어렵게 하면서 사회적 불안정의 주요인이 된다.


시장가격을 왜곡시키면 부작용으로 인해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은 정부에서 역할을 하고 민간 부문은 시장에서 수급이 결정되도록 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가격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다. 과거의 지나친 시장 규제 정책으로 인한 폐해를 보았듯이 또다시 같은 폐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직한 정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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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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