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종' 문제 정면 도발…집토끼 잡으려다 최악의 한수?(종합)
공동 기자회견하는 미국 민주당 여성 초선 하원의원 4인방 왼쪽부터 라시다 틀라입, 일한 오마르,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아이아나 프레슬리 의원. 사진 출처=EPA 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 문제'라는 미국 사회의 역린(逆鱗)을 제대로 건드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적인 백인층ㆍ유대계를 상대로 한 '집토끼 잡기'에 나섰지만 자칫 최악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민주당 여성 초선 의원 4인방에 대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했던 인종차별적 발언에 이어 15일(현지시간)에도 "(그들이) 나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말하며 논란을 더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급진적 좌파 여성 의원들은 언제쯤 미국과 이스라엘 시민, 나에게 그들이 사용한 욕설과 끔찍한 말들을 사과할 것인가"라며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끔찍하고 역겨운 행동에 화를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트윗에서도 "그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을 버리고 있는 것처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당신들이 여기(미국)에서 행복하지 않다면 떠나라"면서 4인방 중의 한 명인 일한 오마르 의원을 "알카에다의 추종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오마르 의원은 소말리아계 무슬림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연례 미국산제품 전시회 연설에서도 "그들이 하는 일은 불평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떠나고 싶으면 떠나라는 것"이라며 "그들은 우리나라를 열정적으로 증오한다"고 공세를 이어나갔다. 전날 '미국을 다시 백인들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냐고 비판한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을 향해서도 "진짜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내 주장을 좋아한다"면서 비판 여론을 일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백인과 유대계의 표밭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미국의 주류 언론들 사이에선 비판 여론이 높지만 자신을 지지한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과 중부 농업지대 백인 중하위 계층들을 결속시키는 한편 대선 자금줄을 쥔 유대계의 지원을 노린 의도적인 '정치적 도발'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곧바로 역풍을 맞고 있다. 당사자인 4인방들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오마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 선출된 미국 연방 하원의원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면서 "대화방에서나 있을 법한 백인 국수주의자들의 어젠다가 백악관 정원에서 나왔다"고 비판했다.
전날 침묵했던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수전 콜린스, 윌 허드 등 10여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이날 트위터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인종차별이라고 규정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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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 언론들은 이민 국가로 다양한 인종의 멜팅포트(melting potㆍ용광로)인 미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대통령이 정면으로 거슬렀다고 지적했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세대를 거쳐 자부심을 가져온 멜팅포트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미국을 창조하길 원하고 있다"면서 "인종차별적이며 동시에 심각한 반(反)미국적 정서"라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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