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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원진아는 한 줄기 봄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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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롱 리브 더 킹' 강소현役

[라임라이트]원진아는 한 줄기 봄기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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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상 7년간 고깃집 서빙·산후조리원 청소 등 알바

낯 안 가리는 성격…내숭 없는 순수·담백한 스타일 매력

꾸밈없는 진심 표현 "어렵게 기회를 잡은 만큼 열심히 달릴 거예요"


배우 원진아(28)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다. 연기 경험은 짧지만 꾸밈없이 진심을 표현한다. 그래서 순수하고 담백한 느낌을 준다.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에서 그린 강소현이 그러하다. 재건설 반대 시위 현장에서 철거 용역에 맞서는 인권변호사. 나이는 어리지만 단단하다. 야무진 얼굴과 짜랑한 목소리로 푸릇푸릇한 빛을 낸다. 단단한 얼음마저 쩡쩡거리며 갈라지게 할 봄기운 같다. 거대 조직의 보스 장세출(김래원)이 첫눈에 반해 새로운 인생을 다짐할 만하다.

스크린 밖에서도 밝고 쾌활했다. 연꽃처럼 청초한 얼굴로 질문을 귀담아 듣다가도 공감을 하면 '짝짝짝' 박수를 치며 웃었다.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느끼게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해도 어색하지 않아요. 바로 마음이 통하면 오히려 편하죠. 많은 경험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그런가 봐요." 원진아는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고깃집과 커피숍 서빙, 골프웨어 판매, 산후조리원 청소, 극장 매표, 편의점 관리.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자 스스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은 연기의 자양분이 됐다. 내숭이나 가식 없는 삶을 살아가는 동력이기도 하다.


-붙임성이 좋아 보여요.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이에요. 열아홉 살 때부터 7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바뀌었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거든요. 특히 어른들이요. 대화를 할 일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너울가지가 좋아졌어요. 연기에 많은 도움이 돼요. 촬영장에 가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자칫 긴장하기 쉬운데, 어색하지 않아요. 먼저 다가가서 씩 웃으며 말을 건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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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경험이 많지 않아서 부담되지 않나요.

"선배 배우들과 잘 섞이지 못할까봐 걱정하기는 하죠. 인간관계가 아니라 연기에 대한 고민이에요. 리액션을 제대로 못하거나, 감독이 만족하지 못할까봐 조마조마해요. 롱 리브 더 킹을 촬영할 때도 그랬어요. 영화에서 처음 주연을 맡았잖아요. 무거운 책임감이 따르더라고요. 연기라는 게 알면 알수록 어렵기도 하고요."

-배우가 되기 전에도 책임감은 남달랐을 것 같아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루에 두 개 이상 했다고 들었어요.

"동생 두 명과 함께 자라서인지 책임감을 필요 이상으로 느꼈어요. 부모님이 곤경에 처하셨을 때도 어떻게든 보탬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자리가 잡히는 대로 찾아가서 일했어요. 고되고 힘들어도 시급을 많이 주면 즐겁게 일할 수 있었죠. 산후조리원 청소가 가장 어려웠어요. 갓난아기를 많이 볼 줄 알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더라고요. 쓰레기를 치우고 바닥을 닦기 바빴어요. 앉아서 쉴 시간도 없었죠."


-청소를 무척 잘하겠어요.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에 청소하는 장면이 나와요. 보시면 아실 거예요. 동작이 아주 자연스러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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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고스란히 부모님께 드렸다고 하던데.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한 번쯤 투정을 부리고 싶었지만, 꾹꾹 참았어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나중에 남동생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한 적이 있어요. 이제는 가족보다 저를 먼저 생각하라고 하더라고요. 자기도 이제는 어른이라나 뭐라나(웃음). 그런 말을 들으면 큰 힘이 돼요."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해내는 유형이군요.

"그런 것 같아요. 아무리 일이 어려워도 스스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려요. 일할 때도 정석을 지키려고 노력해요. 함께 일하는 사람이 게으름을 피우면 바로 눈꼬리를 올리고 지적하죠. 똑바로 했으면 좋겠다고. 돌이켜보니 이성적이라기보다 감정적인 사람 같네요(웃음)."


-배우로서 부족한 점이나 콤플렉스를 자주 고백하더군요. 스스로에게 많이 엄격한 것 같아요.

"배우로 일하면서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연기를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실전에 뛰어들었잖아요. 당연히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죠.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요. 그런데 부족한 게 계속 보이니까 자꾸 움츠러들어요. 남몰래 구석에서 울기도 하고.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고 믿어요. 실제로 롱 리브 더 킹을 촬영하면서 부담을 크게 덜어냈어요. 강윤성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느끼는 대로만 표현해도 좋다는 말에 위안을 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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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요. 영화에서 정제되지 않은 감정 표현이 자주 보여요.

"맞아요. 특히 화를 내는 장면에서 강소현이 아니라 제가 보이더라고요. 기술적으로 다듬어야 할 점이 많다고 느꼈죠. 그렇다고 당장 연기하는 방법을 바꾸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 같은 표현을 필요로 하는 순간도 있어요. 그것이 저만의 매력으로 전해질 수도 있고요.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감정적인 사람 같다고(웃음)."


-스스로를 극복하는 법을 알고 있는 것 같군요.

"좋은 사람들이 많이 도와주는 거죠. 특히 유본컴퍼니(소속사)의 유형석 대표님이요. 배우가 되려고 상경한 뒤 러브콜을 많이 받았어요. 하나같이 유명한 소속 배우들을 거론하며 바로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죠. 유 대표님은 달랐어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고 싶다고 했어요. 서로 신뢰를 쌓고 나서 오디션을 보자고 했죠. 무언가를 함께 한다는 느낌이 좋더라고요. 홀로서기에 가까웠던 과거가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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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과정이 있었기에 남다른 의지가 생기지 않았을까요.

"그건 그래요. 스물두 살 무렵에 엄마가 '이제 안 도와줘도 되니까 지금이라도 너 하고 싶은 거 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씀에 힘을 얻어 부담을 내려놓고 서울로 올라왔어요. 머릿속으로만 그려온 연기를 마음껏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죠. 엄마한테 고마워요. 그 말씀을 해주지 않았다면 많이 원망했을 거예요. 어렵게 기회를 잡은 만큼 열심히 달릴 거예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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