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기본소득 논쟁중…'재원 마련'이 최대 과제
핀란드 정부 "근로의욕 안 줄어"
스위스는 국민 반대에 무산
재원 마련·지급 대상 등 문제점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시작 단계지만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는 이미 기본소득 실험이 한창이다. 유럽은 기본소득 지급을 통해 빈곤과 실업, 소득격차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아가 삶의 조건이 보장되면 더 이상 일하지 않으려 한다는 고정관념을 검증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 실험을 시행했거나 진행 중인 국가 모두 기본소득 개념, 지급 모델, 재원 마련 등을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다. 기본소득 도입을 위한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을 실험 중인 대표적 나라가 핀란드다.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실험한 2017년 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장기 실업자(25~58살) 2000명을 무작위로 선발해 조건 없이 매달 560유로를 지급했다. 유하 시필라 핀란드 총리는 기본소득 실험 목표에 대해 "시민들의 노동 의욕을 촉진하고 사회보장 체계를 단순화해서 공무원 개입을 줄이며 공공재정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이후 핀란드 정부는 지급 대상자와 구직행태 간 상관관계를 조사한 뒤 지난 2월 예비 결과(1차 결과)를 발표했다. 핀란드 사회보험국은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기본소득을 주면 근로의욕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실제로는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엄격한 조건을 내세운 것보다 구직활동이 줄지 않아 반대론자들의 주장이 틀렸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주는 2017년 5월부터 사회보장급여를 받고 있는 600~900명을 대상으로 2년 동안 매달 현금으로 기본 생계비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위트레흐트주는 조건 없이 960유로를 받는 집단, 구직활동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받는 집단, 지방정부가 정한 활동을 하면 추가 기본소득을 받는 집단 등 기본소득 지급 대상을 6가지 모델로 분류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8월까지 18~65살 빈곤층 주민 4000명에게 3년간 무조건 매달 1320캐나다달러를 지급했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주 정부 교체로 이 실험은 1년 만에 중단됐다.
스위스는 기본소득 실험이 국민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경우다. 2015년 6월25일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 도입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했다. 성인 한 사람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을 지급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묻는 투표였다. 이는 스위스 1인당 국내총생산(GDP) 40~50%에 달하는 규모다. 투표 결과 23%대 77%로 부결됐다.
기본소득 실험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국가의 최대 고민은 역시 재원 확보 문제다. 아시아문화학술원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국가 간 기본소득 사례 비교연구'(김민수 박병현)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금인상을 주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세금인상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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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 대상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2016년 펴낸 '대안적 소득보장제도의 쟁점과 시사점'에서 "부결된 스위스 기본소득 투표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난민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며 "국내에서 기본소득을 논의할 때 외국인, 유학생 등에 대한 적용 문제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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