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끊나, 못 끊나…'막말 중독' 한국당
올해만 10여차례 막말…망언정당 이미지 굳어지면 지지율에도 발목
전문가 "적대적 공생 정치가 원인…총선 앞두고 자기과시 분석도"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자유한국당이 막말의 늪에 빠졌다. 막말 논란이 진화되기도 전에 다른 막말이 쌓여 '망언 정당' 이미지가 굳어지는 모습이다.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망언 발언만 해도 어림잡아 10여차례에 이른다. 황교안 체제가 들어서고 당의 지지율이 치고 올라가는 추세지만 수위 높은 막말 사례가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시작은 황 대표 취임 직전인 지난 2월 5ㆍ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자당 의원 3인의 막말이었다. 당시 김진태ㆍ이종명 의원 주최로 열린 공청회에서 김순례 의원은 "5ㆍ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 의원은 "5ㆍ18 폭동이 시간이 흘러 민주화운동으로 변질됐다"고 말해 큰 비판을 받았다.
같은달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도 막말의 향연이 이어졌다. 청년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준교 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저딴게 무슨 대통령이냐", "역적 문재인을 탄핵하자"고 말해 거센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당시 현장에서 지지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인지도도 올려 최종 투표에선 청년 최고위원 중 2등을 차지했다.
지난 4월에는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차명진 전 의원이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는다"고 비유했다. 이어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라는 '받은 메시지'를 공개해 논란이 됐다.
이후에도 사무처 직원들을 향한 한선교 사무총장의 욕설,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현아 원내대변인의 비하발언이 이어졌다. 더군다나 정용기 정책위의장까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낫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황 대표는 지난달 31일 발언 자제를 경고했다. 하지만 그후에도 민경욱 대변인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고 한 사무총장까지 바닥에 앉아있는 기자들을 '걸레질'에 비유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한국당의 막말이 반복되는 것은 '적대적 공생관계'를 이어온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 교수는 "우리 정치는 두 정당간 싸움이었다. 한쪽 정당이 죽어야 한쪽 정당이 사는 구조"라며 "막말을 하는 것 자체로 적대관계를 명확히할 수 있는데, 한국당은 야당으로서 수세적 입장이다보니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도진영을 없애버리는 효과도 있다. 양쪽 집안이 극단으로 가면 중도가 힘을 얻기 어렵다"며 "막말을 하는 것은 집권당과 각을 확실히 세우면서 중도진영을 소멸시키고 지지층을 결합하려는 것이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유난히 막말이 늘어난 것은 한국당의 현재 위치와도 관련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교수는 "거의 당이 없어지기 직전까지 갔다가 기사회생한 상황이고, 더 살아나기 위해선 더 강한 톤으로 무차별적으로 상대방을 공격해야 온전히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전투력을 확인하기 위해 앞다퉈 경쟁하는 분위기도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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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황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좌파독재' 등 연일 센 발언을 내놓는 것 역시 막말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욕설은 하지 않지만 황 대표의 언행 역시 이미 과도한 수준을 넘어 말 그대로 국민을 분열하고, 경멸과 갈등을 극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4일 BBS 라디오를 통해 "한국당 내 엄격한 징계나 처벌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재발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는 당을 이끌어가야 될 황 대표나 나경원 원내대표가 먼저 막말 공세를 하다보니 아래서 더 강하게 확대돼 이런 것들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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